[이서영의 재테크루] 전쟁 중 하락, 종전 후 상승? 거꾸로 가는 '금(金) 방정식' 

  • 금리·달러 변수에 눌린 금값…전통적 안전자산 흐름 이탈

  • 글로벌 은행, 금 5400~5800달러 수준까지 회복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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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은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통상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자산 방어 차원에서 금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시장은 이러한 흐름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전쟁 국면에서는 금값이 힘을 쓰지 못하고, 종전 이후 상승을 점치는 시각까지 등장하면서 ‘안전자산’이라는 금의 역할 자체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이후 되돌림… 금값 상승 동력 약화
27일(현지시간) 오전 2시 기준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4732.1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금값은 온스당 5242.10달러까지 상승하며 고점에 근접했으나 이후 약 한 달 만에 급락했다. 전쟁 발발 직후 상승했던 흐름이 이어지지 못하고 단기간 내 조정을 거친 모습이다. 변동성 또한 확대되며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시장의 위험 인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와 달리 지정학적 변수에 대한 시장의 반응 강도가 완화되면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금융시장은 급격한 변동보다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며 빠르게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지정학적 변수 하나만으로 시장 방향이 결정되던 국면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금값을 누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며 금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물가 우려가 확대되자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고, 이에 따라 금 가격을 지지하던 요인도 일부 약해진 모습이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제공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수록 투자 매력은 낮아진다.

달러 강세 역시 금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 이후 달러 인덱스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달러 선호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과거에는 금과 달러가 안전자산으로서 수요를 나눠 가졌다면, 최근에는 달러로의 쏠림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 가격은 상대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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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미나이]
금값 방향, 금리·달러에 달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금값 흐름을 추세적인 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전쟁 상황이 완화되며 유가가 안정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이는 금리 인하 기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환경이 완화될 경우 금 가격의 상승 여력도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은행들도 금값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ANZ)는 올해 연말 금값 목표치를 5800달러로 제시했으며, 골드만삭스 역시 금리 인하를 전제로 5400달러 수준까지의 회복 가능성을 제시했다. 금리 경로에 따라 가격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환경에 대한 민감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격 하락 구간에서도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수요 측면의 지지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3월에도 금 보유량을 늘리며 매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가 유지될 경우 가격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NZ는 올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가 850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적 변수만으로 금 가격을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만큼, 시장은 금리와 달러 흐름, 중앙은행의 매입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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