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ABC 대한민국리더에게 묻는다-곽상언의원] "노무현의 사위로만 살지 않겠다…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겠다"

  • 성장 없는 분배도, 분배 없는 성장도 지속될 수 없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랫동안 한 사람의 이름과 함께 불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그 이름은 정치적 자산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무거운 이름이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그 사실을 피하지 않았다. “곽상언 개인으로 살았지만 세상은 저를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곽 의원은 그 시간을 통해 정치권력이 국민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체험적으로 배웠고,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연민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곽상언은 단지 ‘노무현의 가족’에 머무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는 서울 종로를 지역구로 둔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성장과 분배, 시장과 국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산업전략, 인재 유출, 정치인의 자세를 길게 말했다. 답변은 격하지 않았지만 분명했다. 자극적 언어보다 절제된 언어를, 진영의 구호보다 제도와 신뢰를 앞세웠다.


곽 의원이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강조한 단어는 제도였다. 그는 AI 시대 국가경쟁력의 핵심을 묻는 질문에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제도”라고 답했다. 기술도 중요하고 인재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제대로 쓰이고 인재가 떠나지 않으려면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가 먼저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제도는 법률 조항의 집합이 아니라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일하고, 연구자가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국가의 신뢰 기반이다.
 

그는 AI를 대한민국의 향후 10년, 나아가 100년을 좌우할 기반 산업으로 꼽았다. 다만 AI만능론에는 선을 그었다. AI는 독립된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모든 산업을 도와주는 기반 기술이며, 결국 사람의 의식주와 생존 조건을 더 튼튼하게 만들 때 의미가 있다고 했다. AI 산업을 키우되 독과점과 정보 왜곡, 시장 실패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치적 포부를 묻는 질문에는 “가능성을 현재로 만들겠다”고 답했다. 그는 “방만하고 자극적인 행동이나 언어가 아니라 절제된 언어로 하겠다”며 “편향되고 한쪽만 보는 시각이 아니라 왜곡되지 않은 시각으로 정치적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 아주ABC방송 스튜디오에서 곽상언의원왼쪽 사진아주ABC 화면캡쳐
서울시 종로구 아주ABC방송 이마빌딩 스튜디오에서 곽상언의원(왼쪽) [사진=아주ABC 화면캡쳐]


다음은 곽상언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대한민국이 정치, 경제, 외교 등 여러 측면에서 복합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 대한민국의 위기는 수없이 많다. 경제 문제도 있고, 외교 문제도 있고, 사회 문제도 있다. 이 모든 문제가 단순하게 개별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복합 위기 상황이 아닌 적은 거의 없었다. 지금 경제 문제만 보더라도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물가와 환율이 치솟고 있다. 부동산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도 있다. 통상 문제, 공급망 문제, 기술패권 문제도 겹쳐 있다. 여기에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도 잠재돼 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 저는 리더가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실히 듣고, 무엇이 우리에게 국익이 되는지, 어떤 방향이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타협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지, 타협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국민께 설명드리고 결단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인다. 신뢰가 있어야 또 다른 개혁을 할 수 있다. 빨리 결정한다고 좋은 결정이 아니고, 천천히 결정한다고 나쁜 결정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 합리적 결정을 하는 것이다.”

곽 의원은 위기 자체보다 위기를 다루는 정치의 태도를 더 중요하게 봤다. 속도만 빠른 결정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가 먼저 답을 정해놓고 국민에게 따라오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그는 봤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국익과 국민 삶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타협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설명한 뒤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리더십론이다.


- 국가 정책에서 늘 제기되는 문제가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다. AI 시대가 되면서 산업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성장에서 국가 역할도 다시 강조되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어떻게 보나.


“국가 주도 성장이 우선이냐, 아니면 국가는 심판자 혹은 관리자 역할만 해야 하느냐는 논쟁은 오랫동안 있었다. 성장이 우선되어야 하느냐, 분배가 더 중요한가에 대한 논쟁도 오래됐다.

그런데 국가의 발전 속도나 역사적 흐름을 보면 성장과 분배는 서로 상치되거나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는 국가 운영의 두 축이다. 분배만 있는 국가도 없고, 성장만 있는 국가도 없다. 성장 없는 분배는 지속될 수 없고, 분배 없는 성장은 국가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지속될 수 없다.

문제는 성장의 열매가 소수에게 집중될 수 있느냐, 또 그 성장의 열매를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이냐이다. 사회투자, 교육, 주거, 보건 같은 사회안전망을 통해 해결할 것인지, 단순한 분배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저는 성장이 실제로는 분배이고, 분배가 성장을 견인한다고 본다. 분배 방식에 따라서 성장이 더 높아질 수도 있고, 더뎌질 수도 있다.”

곽 의원은 성장과 분배를 낡은 이념 대립으로 보지 않았다. 성장 없는 분배는 재원을 잃고, 분배 없는 성장은 사회의 지속성을 잃는다. 그래서 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두 축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분배를 단순한 현금 이전으로만 보지 않았다. 교육, 주거, 보건, 사회안전망 같은 사회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때 분배가 다시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 그러나 필요한 규제는 반드시 해야 한다”

-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논쟁도 크다. 한쪽에서는 민간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나.

“정부의 역할이 시장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냐, 아니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냐의 문제다. 아마 산업 분야에 따라, 또 공공성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이 사회의 모든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정부의 기본 역할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기업이 경쟁하고 개인이 보호받는 국가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규제를 하더라도 합리적인 규제를 해야 한다. 원래 기본적으로 규제는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규제가 적을수록 좋다고 해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장이 실패하고, 사람들이 살면서 공동체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시장을 가만히 두면 강자만 살아남고, 강자가 자신의 힘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는 체제로 갈 수 있다. 그래서 규제는 적을수록 좋지만 필요한 규제는 반드시 해야 한다. 특히 시장 실패가 예정돼 있는 영역, 시장 실패의 정도가 큰 영역, 공공성의 무게가 강한 분야에서는 국가의 개입 정도가 더 커야 한다.”


그는 시장과 국가를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았다.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은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이 실패하고 강자가 힘을 고착화하는 영역에서는 국가가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의 기준은 분명했다. 규제는 줄이되, 공공성과 시장 실패가 분명한 곳에서는 국가가 책임 있게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상언 의원사진아주ABC방송 화면캡쳐
곽상언 의원[사진=아주ABC방송 화면캡쳐]


- AI 시대에는 산업정책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국가가 선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국가의 결단이 필요한 분야들이 있다. 지금 우리의 산업 미래가 AI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인지, 기존 산업에 머무를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AI라는 기반 산업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 결정을 하는 시점에서는 국가가 선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AI가 필요한 시대에 국가는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대한민국의 투자 비율이 뒤처져 있다면 조정할 필요가 있고, 투자량이 적다면 그 양도 조정해야 한다.

물론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은 함부로 할 수 없다. 예산을 투여하는 방식에 대한 점검도 미리 해야 한다. 예산 집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실제로 그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하루 뒤처지는 것이 한 달로 늘어나고, 한 달 뒤처지는 것이 1년, 10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뒤에서 구경하거나 박수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

곽 의원은 AI 분야에서 국가의 역할을 분명하게 인정했다. AI는 민간 기업만의 경쟁으로 맡겨두기에는 파급력이 크고, 국가 간 경쟁의 성격도 강하다. 그는 국가가 산업 기반과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만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했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투자된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검증하는 신뢰 체계도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 국가 경쟁력은 기술, 제도, 인재 세 요소가 결합돼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셋 중 굳이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저는 제도를 고르겠다. 기술도 중요하고 인재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이 제대로 쓰이게 하려면, 인재가 떠나지 않게 하려면 제도가 공정해야 하고 잘 갖춰져야 한다.

제도가 공정해야 인재에게 기회가 생긴다. 제도가 투명해야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진다. 제도가 신뢰를 줘야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일하고, 연구자가 계속 연구할 수 있다. 반대로 제도가 무너지면 기술은 소수에게만 집중될 것이고, 인재는 더 이상 연구할 여력과 의욕을 잃게 된다.

국가 경쟁력은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제도를 만들 수 있느냐, 그런 제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 그리고 공정으로 인한 과실을 나눌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력도 최종적으로는 제도로 수렴돼야 하고, 인재도 제도의 바탕 위에서 성장해야 한다.”


곽 의원은 인재라는 단어도 좁게 보지 않았다. 몇몇 천재나 엘리트만을 인재라고 부르는 방식으로는 국가경쟁력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 경쟁력에서 말하는 인재가 과연 몇몇 엘리트를 뜻하는 것이냐. 저는 아니라고 본다. 개별적 사람으로서의 인재가 아니라 이 사회가 제공하는 교육을 통해 길러진 우리 전체의 역량이다.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이기도 하다. 넓은 의미에서 인재는 국가의 미래를 떠받치는 기반이다. 그렇게 보면 사실상 제도와 같은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제도는 단순한 법과 규제가 아니다. 기회가 공정하게 열리고, 실패가 재도전으로 연결되며, 성과가 합당하게 보상되는 시스템이다. 이런 제도가 있어야 기술 투자가 일어나고, 인재가 남고, 기업이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 곽 의원의 판단이다.

 

- 카이스트 출신 인재 수천 명이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것도 제도의 문제라고 보나.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생활 터전을 옮길 때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터전마다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지, 능력을 발휘한 이후 그 과실을 모을 수 있는지, 그 과실을 나와 우리 공동체를 위해 쓸 수 있는지, 그런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는지에 따라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곳을 선택하게 된다고 본다.”

곽 의원은 인재 유출을 단순히 연봉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 인재가 머무는 곳은 보상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도전할 수 있는 곳이고, 실패해도 다시 설 수 있는 곳이며, 성과가 공정하게 인정되는 곳이다. 결국 인재를 붙잡는 힘은 애국심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제도가 신뢰를 줄 때 인재는 남고, 제도가 불신을 만들 때 인재는 떠난다는 뜻이다.

 

- 앞으로 10년 대한민국이 반드시 선택해야 할 핵심 전략산업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질문을 맞닥뜨리고 공부를 많이 했다.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산업을 선택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이 바르게 된 것인가, 그 선택에 따라 국민의 삶이 달라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는 국민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최저 수준의 생존을 보장해야 하고, 최고 수준의 생존으로 갈 수 있도록 제도와 사회를 정비해야 한다. 사람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국가, 사람의 삶을 지키는 국가라면 미래 산업의 핵심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거기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어느 산업이 핵심 산업인지 알기 위해서는 가장 넓게 일자리를 확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을 갖출 수 있는지 봐야 한다.

현대사회는 오래전부터 지식정보화 사회로 불려 왔고, 지금은 그것이 고도화되고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를 견인하는 것은 기술 혁신이다. 그 과정에서 인재 양성이 있다. 이 두 가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산업, 기술과 지식을 광범위하게 퍼뜨릴 수 있는 파급력이 큰 산업을 택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 산업이 AI 산업일 수밖에 없다.

AI 산업은 하나의 산업 종류가 아니라 다른 산업의 토대가 되는 산업이다. 다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앞으로 10년, 대한민국의 100년을 대비할 수 있는 산업은 일단 AI 산업이다. 이를 위해 AI 인재를 키워야 하고,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을 어떤 방식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 찾아야 한다.”


AI를 핵심 전략산업으로 꼽으면서도 곽 의원은 기술만능주의를 경계했다. 그는 AI가 사람의 삶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고 봤다.


“이건 제 오랜 생각이다. 인간의 인생은 하나의 기술만으로 충족될 수 없다. 만약 다른 산업이 없고 AI 산업만 있다면 AI 산업은 쓸모가 없는 산업이다. AI 산업은 다른 산업을 도와주는 산업이지, 독자적으로 별도의 산업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을 위한 세상이 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조상들이 말한 의식주 산업이 튼튼한 세상이라고 본다.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산업으로 볼 수 있다. 먹는 산업은 생존 조건과 연결된다. 머무르는 곳, 일하는 곳, 활동하는 공간도 필요하다. 그것이 집이다. 저는 AI 산업을 통해 사람의 의식주가 튼튼한 세상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곽 의원에게 AI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 주권을 지키고, 일자리를 확충하는 기반이지만, 결국 그것이 향해야 할 곳은 사람의 삶이다. 먹고, 입고, 머물고, 일하고, 연결되는 삶의 기본 조건이 튼튼해질 때 AI는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의미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 미국과 중국은 AI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가, 중국은 국가가 사활을 걸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정부와 민간 모두 AI 투자 규모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공공성이 높은 분야일수록 국가가 선도할 필요가 있다. 기반을 갖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투자 비율에 비해 대한민국이 뒤처져 있다면 투자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 투자량이 적다면 그 양도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AI 산업이 필요하다고 해서 독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류의 산업사는 처음에 기술이 등장하고, 그 기술이 진행되면서 반드시 독과점과 같은 시장 실패의 문제가 등장했다. AI 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만 보더라도 다양한 AI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소수 몇 개에 집중되고 있다. 벌써 독과점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보 왜곡이나 불공정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때는 국가가 교정적으로 시장에 강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

AI 산업으로 몇몇 기업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도 옳지 않고, 지구촌에도 좋지 않다. 시장 실패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의 AI 구상은 두 축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국가의 선도 투자다. 뒤처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기술 경쟁에서 국가는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하나는 독과점 방지다. AI가 소수 플랫폼과 기업에 집중되면 기술의 혜택은 줄고 정보 왜곡과 불공정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국가 역할은 투자자이자 조정자, 촉진자이자 감시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은 29일 경남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은 29일 경남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사진=연합뉴스]
 

-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참 어려운 질문이다.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말하고 약점을 말하는 것은 어렵다. 강점을 말한다는 것은 자신이 돋보이고자 하는 점을 타인에게 드러낸다는 의미이고, 약점을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공격받을 수 있는 지점을 스스로 공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제 강점과 약점은 국민들이, 다른 분들이 더 정확하게 아실 것 같다. 그래도 굳이 강점을 말하자면, 저는 정치권력이 국가와 국민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교적 다른 사람보다 체험적으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국회의원은 처음이고,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 정치면에 나온 지는 20년이 넘었다. 저는 곽상언 개인으로 살았지만 세상은 저를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어르신께서 칭찬을 받거나 많은 분들이 추모해 주시면 저도 그 곁에서 책임을 할 때가 있었다. 반대로 어르신에 대한 비난이 있거나 고초를 당하시게 되면, 저도 아무 일 없음에도 함께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고, 국가정보원의 사찰도 오래 받았다. 그러면서 정치권력이, 그리고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체험적으로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저는 타인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 연민을 갖게 됐다. 그런 마음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곽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치적 후광으로만 설명하지 않았다. 그것은 책임이었고 부담이었으며 때로는 고초였다. 그는 그 시간을 통해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정치인의 강점으로 ‘연민’을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요금 소송 10년, 제게 맡겨진 일은 피하지 않았다”

곽 의원은 정치 입문 전 약 20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그 시절을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형성한 또 하나의 시간으로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기 이전에 20년 정도 변호사 일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최선을 다하지만 저도 최선을 다했다. 공직, 공익적인 사건이 있으면 저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오랫동안 진행했다.

전기요금 사건을 하면서 거의 10년 동안 아무런 보수를 받지 않고 제 사비를 들여 진행하기도 했다. 제게 부여된 일은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 있다.

또 하나 굳이 말씀드리자면 저는 제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조금 더 우선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실제로 제 정치 선택을 할 때 그 원칙에서 벗어난 적은 없다. 단기적으로 비난이 있더라도, 오해를 받더라도 제 선택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용기가 있다.”

그가 말한 강점은 화려한 언변이나 빠른 정치 감각이 아니었다. 오래 버티는 힘, 공익적 사건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비난과 오해를 감수하더라도 공동체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자세였다. 정치에서 흔히 말하는 결단이 그에게는 ‘오래 감당하는 책임’에 가까웠다.

 

-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 리더로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가.

“과분한 말씀이다. 차세대 리더가 꼭 돼보겠다. 오늘 처음에 ‘정치인의 현재가 아니라 가능성을 묻는 시간’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이렇게 답하겠다. 그 가능성을 현재로 만들어 보겠다.

가능성을 현재로 만드는 방법은 방만하고 자극적인 행동이나 언어가 아니다. 절제된 언어로 하겠다. 편향되고 한쪽만 보는 시각이 아니라 왜곡되지 않은 시각으로 정치적 선택을 하겠다. 그런 정치적 자세로 제 가능성이 그저 가능성에 머물지 않도록 하겠다. 눈에 보이는 현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들께 봉사하겠다.”

곽 의원은 자신의 미래를 말하면서도 큰 구호를 앞세우지 않았다. 대신 절제된 언어와 왜곡되지 않은 시각을 말했다. 정치가 갈수록 자극적인 말과 진영의 구호에 기대는 시대에, 그는 오히려 절제를 자신의 정치 방식으로 제시했다.

그는 오래전 자신이 쓴 글을 떠올리며 정치인의 자세를 설명했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 세상이 자기 것 같지만, 실제로 자기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계기로 이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고, 어떤 계기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히 다뤄야 한다.

내가 무엇을 가졌든, 얼마나 가졌든 상관없다. 그것은 다 맡겨진 것이다. 맡겨진 것이 무엇인지, 맡겨진 임무가 무엇인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맡고 있는 것과 나 자신을 하나라고 오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내가 맡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하고, 국민의 희망을 받으면 그 희망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권한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 권한이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정치의 본질은 흐려진다. 곽 의원은 맡겨진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한은 소유물이 아니라 위임된 책임이라는 뜻이다.

[곽상언 의원]

곽상언 의원은 서울 종로구를 지역구로 둔 제22대 국회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사법시험 합격 뒤 변호사로 활동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 등 공익소송을 장기간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중에게 그는 여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곽 의원은 그 이름을 후광이 아니라 책임으로 설명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비난, 정치적 고초를 함께 겪으며 권력의 작동 방식을 체험했다고 했다. 그 경험은 그에게 타인의 삶에 대한 연민을 남겼다.

동시에 그는 이제 자신의 정치 언어를 세우고 있다. 그 언어의 핵심은 제도와 신뢰다. 그는 성장과 분배를 대립시키지 않았고, 시장과 국가를 단순히 가르지 않았다. AI를 핵심 전략산업으로 꼽았지만 기술만능주의에 기대지 않았다. 국가가 선도해야 하지만 예산의 신뢰와 검증이 필요하고, 시장을 존중해야 하지만 독과점과 시장 실패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곽 의원에게 AI는 미래 산업이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AI는 의식주와 교육, 의료, 주거, 산업 현장, 지역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기반 기술이어야 한다. 기술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제도가 무너지면 인재는 떠나고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기술보다 제도를 먼저 말했다.

정치는 과거의 지혜를 계승하면서도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곽상언 의원은 자신의 가능성을 현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 현재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앞으로의 정치적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다만 이번 인터뷰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은 하나다. 그는 노무현의 이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제도와 신뢰, 공익과 AI 시대의 국가전략을 자신의 정치 언어로 세우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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