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선택은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부담을 지고 어디에 자원을 투입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선택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정치인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재정을 숫자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철학’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재정은 기술이 아니라 가치 판단의 문제이며, 정치란 그 판단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연금, 저출산, AI 산업 전략까지 이어진 그의 답변은 분산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의 축으로 모였다.
정치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그의 답은 단순했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감당 가능한가.”
인터뷰는 정책 설명이 아니라, 정치의 기준을 묻는 자리였다.
■ 부동산은 세금 문제가 아니라 일관성의 문제
- 역대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동안 부동산 정책 논쟁은 대부분 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보유세가 과도했다거나 규제가 지나쳤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죠.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정책의 강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입니다.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정책은 일정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시장이 신호를 신뢰하지 않게 됐습니다.”
진 의원의 설명은 정책의 내용보다 ‘정책의 지속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시장은 정책 자체보다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정치의 문제’로 규정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구조에서는 시장이 안정될 수 없습니다. 결국 정치가 그 부담을 감당해야 합니다.”
■ 정치는 원칙을 포기하는 기술이 아니다
- 정치 현실에서는 원칙을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정치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치는 늘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치권은 현실 쪽으로 더 쉽게 기울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부담이 되는 정책은 미루고, 당장 반응이 좋은 정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는 이 흐름을 단순한 정치 기술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본다.
정치가 단기 반응에 매몰되면 장기 균형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정치는 설득의 과정입니다. 국민이 당장은 불편해하더라도, 필요한 정책이라면 끝까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의 말은 정치의 역할을 다시 정의한다. 정치란 갈등을 회피하는 일이 아니라, 갈등을 감당하고 설명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재정은 ‘균등’이 아니라 ‘판단’이다
- 예산을 다루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재정은 모든 분야에 동일하게 나누는 문제가 아닙니다.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더 써야 하는지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어떤 분야는 더 시급하고, 어떤 분야는 덜 시급합니다.”
그는 재정을 ‘공평’이 아니라 ‘공정’의 문제로 본다.
공평은 나누는 것이고, 공정은 판단하는 것이다.
이 구분은 단순한 개념 차이가 아니다.
재정이 정치의 영역인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정치가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의 책임도 정치가 져야 합니다.”
■ 재정은 미래세대의 문제다
- 재정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미래를 봐야 합니다. 재정은 현재를 위한 정책이지만, 결과는 미래로 이어집니다. 지금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부담이 됩니다.”
그는 연금 문제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지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급여를 낮추는 선택은, 결국 미래의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의 시선은 일관된다.
정치는 현재의 지지를 얻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균형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 저출산 해법, “복지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복지를 줄이는 것은 해법이 아닙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복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옵니다. 그래서 복지를 줄이자는 접근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의 해법은 ‘부담의 재설계’다.
지금 감당할 수 있을 때 부담을 늘리고, 생산 활동을 확대하고,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 문제를 정치적 결단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이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분명했다.
■ “지금은 재정이 먼저 움직여야 할 때”
- 국가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지금은 경제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고,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에너지 전환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그는 재정의 역할을 재정의한다.
과거에는 간접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직접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국가가 먼저 나서야 합니다.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
■ AI 산업, “뒤처지면 격차는 더 커진다”
AI 산업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AI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기반입니다.
후발주자라고 해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제조와 응용 분야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는 속도를 강조했다.
지금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먼저 투자해야 합니다. 뒤에서 따라가서는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 “증세를 말하지 않는 정치, 책임을 회피하는 것”
- 재정 확대와 증세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 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재정을 확대하려면 결국 세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세금 이야기를 피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는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어떻게 쓰일지 보여줘야 합니다.”
그에게 증세는 정책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이다.
■ 정치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정치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치는 한 번의 결단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막스 베버가 말했듯이 단단한 널빤지에 구멍을 뚫는 일입니다.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정입니다.”
그의 답변은 인터뷰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정치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성의 문제다.
그리고 그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신뢰다.
진성준 의원의 인터뷰는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라기보다 정치의 기준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부동산, 재정, 연금, 산업 정책 각각의 주제는 달랐지만 그가 제시한 기준은 하나였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
정치는 이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진성준 의원 :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재정·정책 전문가다.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국정상황실 등에서 국정 전반을 경험했고,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와 예결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조세·재정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다. 특히 공정과세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부동산, 연금, 산업 정책 전반에서 ‘국민 부담과 국가 책임의 균형’을 핵심 기준으로 제시해왔다. 진 의원은 재정을 단순한 숫자가 아닌 국가의 선택이자 철학으로 규정하며, 정치가 단기적 인기보다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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