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코스피 7000 시대, 환호와 경계 사이

임병식 논설위원
[임병식 순천향대 초빙교수]


한국 증시가 마침내 ‘7000 시대’를 열었다. 우리 증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코스피 3000조차 버거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다. 이제는 7000 선을 돌파하며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 화제로 떠올랐다. 그것도 단순한 상승이 아니다. 1년 사이 1000 단위 지수 선을 다섯 차례나 갈아치우며 폭발적으로 질주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 상승률을 저만치 따돌렸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섰다. ‘천덕꾸러기’ 외면받았던 한국 증시는 이제 세계 자금이 몰려드는 시장으로 변모했다. 

코스피 7000 시대는 단순한 숫자 이상 함의를 내포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 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첨단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시장 상승을 이끈 핵심 동력은 AI 산업 확산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이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와 서버 구축 수요가 급증했다. 그 핵심에 한국 반도체 기업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단순한 기업 성장 이상 의미를 지닌다. 한국 산업 구조 자체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축에 편입했다는 상징이다. 

또 다른 변화는 투자 주체의 변화다. 과거 한국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 중심 시장이었다. 흔히 ‘개미’로 불린 개인투자자는 시장 변동성에 휘둘리는 허약한 존재였다. 그러나 현재 상승장에서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방식이 바뀌었다. 급등장에서는 차익 실현에 나서고, 조정장에서는 저가 매수하는, 이른바 ‘스마트 개미’로 진화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줄 때 먹어야 한다” “익절(이익이 난 상태에서 매도해 수익을 확정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과거처럼 무작정 버티기보다 수익 관리에 집중하는 투자 문화가 확산한 것이다.

세대 전반으로 번진 투자 열풍도 큰 흐름이다. 탑골공원 노년층조차 삼성전자 수익률을 입에 올린다. 부모가 자녀 명의 ETF 계좌를 만들어주는 시대가 됐다. 퇴직연금 자금은 은행을 떠나 증권사로 이동했고, 미성년 ETF 투자는 폭증했다. 주식이 더 이상 일부 투자자의 영역이 아니라 국민 생활 전반에 자리 잡은 것이다. 과거 부동산이 자산 형성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주식시장이 자산 축적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대체됐다. 한국 사회의 금융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코스피 7000 시대는 그늘도 분명하다. 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할 때는 항상 부작용을 수반한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빚투(빚내어 투자)’ 폭증이다. 신용융자 잔액은 사상 처음 36조 원을 넘어섰다. 고령층 신용융자 증가 폭 역시 가파르다. 문제는 상승장이 영원하지 않다는 데 있다. AI와 반도체에 기대가 꺾이거나 글로벌 경기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시장은 곧장 내리막길을 걷는다. 특히 레버리지(적은 자기자본으로 투자 효과를 내기 위해 빚이나 차입금을 활용하는 것)를 활용한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시장 과열을 보여주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급등했고, 공매도 잔고 역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시장 내부에서도 “너무 빨리 오른 것 아니냐”는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낙관론이 지배하지만 금융시장은 늘 기대와 공포가 공존한다. 지금처럼 특정 업종에 쏠린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나친 의존은 역설적으로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연결된다. 

더 심각한 건 자산 양극화다. 주식시장 호황이 모두에게 축복은 아니다. 대규모 주식을 보유한 이들은 주머니가 두둑하지만, 투자 여력이 없는 청년과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하다. ‘FOMO’, 즉 나만 뒤처지는 듯한 심리적 공포는 무리한 투자를 촉발한다. 주식 투자 열풍은 자칫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 불평등이 심화하면 사람들은 노동시장을 떠나 자산시장으로 몰린다. 근로소득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불안은 투기적 심리를 자극하고 노동의 가치를 폄훼한다.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 간 괴리도 우려된다.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체감경기는 바닥에 머물러 있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는 불안하다. 또 자영업과 내수 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산시장만 호황인 채 실물 경제는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는 성장동력을 잠식하는 걸림돌이다.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경제를 과점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때 정부 경제정책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우선 단기적인 증시 부양에 취해선 안 된다. 필요한 것은 과열 억제와 안정적인 시장 관리다.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동시에 반도체와 AI 중심 성장 구조를 넘어 산업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특정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산 양극화를 완화하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금융소득 과세 체계를 정상화하고 장기투자 심리에 불을 지펴야 한다. 단기 투기 대신 안정적 자산 형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세제와 금융정책을 치밀하게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무엇보다 ‘빚내서 투자하지 않아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코스피 7000은 분명 우리 경제에 새로운 이정표다. 그러나 숫자만으로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변덕스러운 시장은 항상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고 호황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균형감이 관건이다. 진짜 선진국은 증시 지수에 있지 않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공동체를 배려하는 사회는 아닐까 싶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감사원 정책자문위원 ▷국가유산청 정책자문위원 ▷순천향대 초빙교수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 ▷전 국회 부대변인 ▷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