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삼성 총파업 현실화 땐 모두가 잃는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결국 총파업 위기로 치닫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이 결렬되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성과급 제도화를 둘러싼 입장 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 파업은 단순한 임금 갈등 차원을 넘어선다. 한국 반도체 산업과 국가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체계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큰 산업이다. 호황기와 불황기의 차이가 몇 분기 만에 뒤바뀌기도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 역시 최근 수년간 반도체 업황 침체 속에서 대규모 실적 악화를 겪었다가 이제야 회복 국면에 진입하는 상황이다. 이런 산업 구조를 무시한 채 성과급을 사실상 고정비처럼 제도화하라는 요구는 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시점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지금 전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고, 중국은 국가 차원의 반도체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만 TSMC는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공정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시장 확대와 함께 반도체 패권 경쟁은 국가 경쟁력 자체를 좌우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한다면 그 피해는 단순히 회사 내부에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생산 차질은 수출 감소와 협력업체 타격,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한국 제조업의 핵심 축이다. 삼성의 흔들림은 곧 한국 경제의 흔들림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노조가 이 점을 외면한 채 강경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최근 노조 움직임이 점점 강경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 미세 공정과 클린룸 유지, 생산라인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산 차질이나 안전 문제는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려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 핵심 산업 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적 충돌 양상으로 번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삼성이 과거와 같은 권위적 조직문화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삼성은 과거와 분명히 달라졌다. 노조를 공식 교섭 상대로 인정하고 있고, 임금과 복지 수준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 속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고용 안정을 유지해온 점 역시 함께 봐야 한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 양보만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없다.
 
노동권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노동권 역시 산업 현실과 사회적 책임 위에서 행사될 때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분 경쟁이나 강대강 대치가 아니다. 산업 경쟁력을 지키면서도 합리적 보상 체계를 만드는 현실적 타협이다.
 
정부 역시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 핵심 산업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필요한 중재와 관리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노동권 보호라는 원칙과 산업 경쟁력 유지라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
 
삼성 총파업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싸움이다. 기업이 흔들리면 노동자도 안전할 수 없고, 산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은 대결을 키울 때가 아니라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할 때다.

 
삼성전자 파업 초읽기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파업 초읽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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