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미중 정상회담을 기대보다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4일 이번 회담에서 이란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미중 무역 문제, 희토류 수출 규제, 대만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두 일본의 안보와 경제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회담을 미중 무역 갈등 완화 여부뿐 아니라 양국이 일본을 건너뛰고 직접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주요 2개국(G2)' 구도가 현실화할지 가늠할 자리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4일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직전 일본 경유를 추진하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위협에 대한 일본 측 인식을 직접 주입하려 한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이 자칫 일본을 배제한 채 양국 간 대타협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일본의 우려는 단순한 외교적 소외가 아니다. 미중이 가까워지면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관여가 후퇴해 대만 유사시나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억지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희토류 등 경제안보 영역에서 대중 견제망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도 일본에는 부담이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런 흐름이 결국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어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구상은 중동 정세에 밀렸다. 일본은 당초 미중 정상회담을 자국 외교의 분기점으로 보고, 다카이치 총리의 방미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전 방일을 통해 중국 위협을 거듭 인식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미일 간 주요 의제는 중국에서 중동으로 옮겨갔다. 호르무즈 해협 안정과 에너지 수송 문제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3월 말로 잡았던 방중 일정을 중동 정세를 이유로 5월로 미뤘고, 일본의 '방중 전 방일' 구상도 함께 어그러졌다.
실제로 12일 방일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다카이치 총리를 예방했으나 회동은 15분에 그쳤다. 베선트 장관은 회동 뒤 기자단으로부터 다카이치 총리의 중국 관련 구체적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반면 같은 날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과 베선트 장관의 회담은 35분에 걸쳐 진행됐고, 중동 위기에 따른 환율 동향이 주된 의제였다. 일본 외무성 간부도 "이번에는 재무상 간 협의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방중을 미중 양자 구도로 부각하려 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4일 중국이 미국과의 사전 교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들르지 않을 것"을 고집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1차 방중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한국을 거쳐 세 번째 방문국으로 중국에 들렀다. 이번에는 미중 간 직접 왕래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아사히의 분석이다.
일본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대만 문제다. 중국은 대만을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기존 대만 정책이 바뀐다면 일본의 안보 전략도 재검토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번 회담을 단순한 미중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자국의 안보·경제 전략을 좌우할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미중 갈등이 완화되면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선이 후퇴하면 일본의 전략적 부담은 커진다.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행보를 숨죽여 지켜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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