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정상 통화를 하고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받은 것은 시의적절한 외교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직후 이뤄진 이번 통화는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미·중 관계 재편 국면에서 한국의 외교 좌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 전반과 경제·무역 관련 논의, 한반도 및 중동 정세 등에 대한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고, 양 정상은 한·미 공조와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미·중 정상 간 한반도 문제가 논의됐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한반도 이슈가 다시 미중 전략 경쟁의 의제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한국이 ‘설명을 듣는 위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통화가 한국 측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진 점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미·중 간 주요 합의가 먼저 이뤄지고, 그 결과를 사후적으로 공유받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중 관계는 갈등과 협력이 병존하는 ‘관리된 경쟁’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관세 문제나 일부 경제 분야에서 협력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패권 경쟁이라는 구조적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는 언제든 양국 협상에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의 안보와 경제가 타국의 전략적 계산에 좌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미 공조는 더욱 실질적이고 정교해져야 한다. 동맹을 원론적으로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반도체·배터리·에너지·방위산업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명확히 하고 그에 상응하는 전략적 발언권을 확보해야 한다. 동맹은 선언이 아니라 이해관계의 일치 속에서 유지되고 강화되는 것이다.
이번 통화에서 중동 정세 등 글로벌 현안이 함께 논의된 점도 의미가 있다. 한국 외교의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외교의 외연이 넓어질수록 중심은 더욱 분명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국민 안전, 경제 안정이라는 기본 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다음 달 프랑스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미·중 관계 재편, 중동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재구성 등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외교적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준비 없는 외교는 기회를 놓치고, 방향 없는 외교는 위험을 키운다.
외교는 타이밍과 주도권의 경쟁이다. 이번 통화를 계기로 한국 외교는 ‘사후 대응’에서 ‘선제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우고, 국익을 중심으로 한 실용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불확실한 국제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하고 도약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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