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K-피지컬 AI] ④산업용 로봇 강자 HD현대로보틱스...자금확보·중복상장 딜레마

  • 국내 산업용 로봇 1위...협동용으로 사업 확대

  • 대규모 자금 유치 필요성 커져, IPO 추진

  • 중복상장 우려에 제동...주주동의 도입 가능성 촉각

사진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 U시리즈. [사진=HD현대로보틱스]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1위 HD현대로보틱스가 이재명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로 인해 기업공개(IPO)에 제동이 걸렸다.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서비스·협동로봇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피지컬 AI를 조선과 에너지의 뒤를 잇는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는 HD현대그룹의 고심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국내에 향후 5년간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HD현대로보틱스와 HD현대건설기계 등 피지컬 AI 사업 계열사에 대한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화낙·야스카와전기 등과의 다크 팩토리(무인공장) 투입용 로봇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조선소 등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 양산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1984년 현대중공업 용접기술연구소 내 로봇전담팀에서 시작된 HD현대로보틱스는 1987년 국내 기업 최초로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40년간 지속해 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개발과 현장 데이터·노하우 축적으로 산업용 로봇 국산화를 주도하면서 관련 시장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다.

2020년에는 모회사인 HD현대에서 분리돼 홀로서기에 나섰다. 분리 이후 미국·중국·유럽 법인을 잇달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렸다. 회사는 산업용 로봇 관련 매출 의존도가 큰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피지컬 AI 기반 협동로봇 기술 개발과 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협동로봇 양산에 성공하면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등 HD현대 조선 3사가 인력난 해소와 조선소 안전 강화 등을 위해 추진 중인 조선소 자동화의 핵심 파트너로 급성장이 기대된다. HD현대 조선 3사는 현재 협동로봇을 HD현대로보틱스 대신 외부 업체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술 개발과 양산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점이다. 애초 HD현대로보틱스는 IPO로 5조~8조원 규모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대원칙 아래 오는 7월 공표를 목표로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에 착수하면서 IPO에 제동이 걸렸다. HD현대로보틱스는 상장사인 모회사 HD현대가 지분 81.82%를 쥐고 있어 시장에서 중복상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HD현대그룹은 협동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특례 상장 가능성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기술특례 상장이라고 해서 중복상장 금지의 예외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HD현대로보틱스가 아직 피지컬 AI 기반 협동로봇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부담이다.

정부의 중복상장 예외적 허용 요건에 모회사 주주동의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점도 HD현대로보틱스 IPO를 막는 장벽이다. HD현대가 다수 자회사를 상장한 상황에서 HD현대로보틱스까지 IPO를 강행하면 기업가치 희석에 따른 소액주주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주동의를 제도화할 경우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는 현재 △상법상 특별결의 △지배주주 의결권 제한(3%룰) △지배주주를 제외한 비지배주주(일반주주) 다수결(MoM) 등이 거론된다.

정 회장과 부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HD현대 지분율이 32.7%인 점을 고려하면 중복사장 예외적 허용 요건으로 상법상 특별결의가 채택될 경우 소액주주 설득 등을 통해 IPO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면 3%룰 또는 MoM이 채택될 경우 IPO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로보틱스가 프리IPO로 산업은행 등에서 1800억원 규모 자금을 유치한 점 등을 고려하면 IPO가 무산될 경우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라며 "피지컬 AI 산업의 기초인 국내 산업용 로봇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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