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예민한 대중과 달리, 자본은 지독하리만치 무감각하다. 최근 문화·유통계를 휩쓴 일련의 사태를 관통하는 열쇠말은 결국 '역사적 감수성의 부재'였다. 수익과 화제성에 눈이 멀어 뼈아픈 현대사와 전통을 얄팍한 상술로 소비한 후폭풍은 컸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유통계에서 터져 나왔다. 광주 민주화 운동 46주년을 맞은 지난 18일, 스타벅스 코리아는 텀블러 할인 행사 명칭을 '탱크 데이'로 정하고 홍보물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시민을 짓밟은 계엄군의 탱크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황당한 해명을 가벼운 유행어(밈)쯤으로 소비한 것이다.
논란은 삽시간에 확산됐다. 신세계그룹이 즉각 행사를 취소하고 사장을 해임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고, 사태는 결국 스타벅스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급기야 20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과거 무신사의 양말 광고 사태를 소환하며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 탈을 쓰고 이럴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윤 창출이 최우선이라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를 저버린 행태에 최고 권력자가 직접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대중문화계의 민낯도 다를 바 없다. 300억원이 투입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허술한 고증으로 거센 역풍을 맞았다. 가상의 입헌군주국이라는 방패막이 뒤에 숨어 황제의 12류 대신 제후국의 9류 면류관을 씌우고 '천세'를 외치게 했다. 정체불명의 중국식 다도법까지 등장시켜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 중국식 상차림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폐지된 2021년 SBS '조선구마사'나,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찌라시"로 폄하해 법정 제재를 받은 tvN '철인왕후'의 뼈아픈 실책을 고스란히 답습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역사적 고증을 책임져야 할 작가와 감독의 반성은 한 박자 늦었고, 정작 카메라 앞에 섰던 주연 배우들만 십자포화를 맞으며 눈물로 사과해야 했다. 사전에 콘텐츠의 내용이나 맥락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채 국비를 덥석 지원해 놓고, 논란이 터지자 뒤늦게 '지원금 환수'를 운운하는 정부의 대처 역시 전형적인 뒷북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는 피와 땀으로 독립과 민주주의를 쟁취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에 역사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 그 자리에 얄팍한 상술과 무책임한 창작만 채워 넣는다면 대중의 싸늘한 외면을 피할 길은 없다. 뼈아픈 사과문 몇 장으로 대충 덮고 넘어가기엔 이들이 건드린 대중의 역린이 너무도 깊고 치명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