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작아지는 미국, 격차 좁히는 중국… G2 사이에서 실리적 접근 자세 유지해야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초라해진 트럼프의 ‘MAGA’

세상에 미국과 중국만 보이고 이들과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가 갈수록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G(Group)2’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G7 혹은 G20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구(舊)소련체제 붕괴에 따른 1차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일극 체제(G1)의 시기가 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절대적 힘의 우위에 이상 전선이 생겨났다. 2019년 코로나 발생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시선이 중국에 집중되는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가 성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 리더십의 무리수 강행으로 대내외 위상이 흔들리면서 다시 미국으로 힘이 모이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복원이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힘의 기울기가 왔다 갔다 한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기치로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2기가 연말에 중간 평가를 받는다. 과연 그가 내걸고 있는 정치적 목표가 순항하고 있나? 역으로 미국을 더 ‘쇠약하게(Debilitate)’하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지난 14일부터 2박 3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에서도 상대인 시진핑이 당당하게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오히려 초라하게 보였다. 쫓기듯 하면서 중국에 끌려가는 인상을 풍겼다. 트럼프 측이 회담 성과를 애써 부추기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는 없었다. 누구에게도 완벽한 승리는 없었지만, 시진핑의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고 있음이 확연하게 표출되었다. 중국이 전면에 부각한 대만 문제에서도 어정쩡한 포지션을 취하면서 절대강자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중국으로 몰려드는 세계 각국 지도자의 쇄도에서도 엿보인다. 트럼프가 떠나자마자 러시아 푸틴이 방문했다. 올해 들어서 프랑스·독일·영국 등 서유럽 국가를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을 찾고 있다. 전쟁 중인 이란이나 파키스탄의 고위직 인사들의 행렬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트럼프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은 물론이고 중립적 지대에 있는 국가들마저도 미국보다는 중국에 더 밀착한다.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미국의 고립감이 극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국내 여론도 트럼프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패배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현재로선 비관적이다.
 
정당의 색깔과 무관하게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독특한 유형의 대통령이다. 과거 정권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면서 독단적인 결정을 선호한다. 특히 1기 때부터 전면에 강조하고 있는 ‘협상의 기술’은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듯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전략과 전술이 상대방에게 너무 많이 노출되어 이에 대해 대비하면 적당히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흔히 말하는 담판이 더는 잘 통하지 않는 이유다. 한편으론 지나친 이기와 감정 이입으로 가까운 동맹과도 수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패권국인 미국의 권위를 상실시키고 등을 돌리게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의 수세에 몰릴 시 미국 편에 서는 것을 주저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큰 이익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미·중 불안한 동거 장기화 조짐, 냉정한 잣대로 실사구시 방향성 찾아야

미국의 칼끝은 턱밑까지 따라오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다. 쫓기는 자인 미국과 쫓는 자인 중국의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속도와 양적 측면에서 중국의 추격이 워낙 거세다 보니 미국이 가진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이를 알고 있는 미국의 전직 지도자는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공급망과 통상 그리고 안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중국을 옥죄는 방식을 취해 왔다. 중국도 이에는 상당한 부담감을 가졌고, 실제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중국의 대내외적 위상을 더 높여주고, 중국은 미국과의 간격을 좁히는 기회로 백분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의 ‘MAGA’보다 시진핑의 ‘중국몽(中国梦)'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중국은 시간은 자기들 편이라고 여유를 보이면서 표정을 감춘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2050년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2014년 실질 GDP 기준으로 1위로 올라섰지만, 2030년 명목 GDP 1위 도약까지 내부 목표로 잡았으나 제동이 걸리고 있다. 2040년 이후로 미뤄지거나 영원히 떠라 잡을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와 같이 미국에 치명적인 악수를 거듭 두면 다시 희망을 지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다만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시진핑 종신 집권의 길은 열려 있지만 2027년 말 임기 만료에 즈음하여 또 한 번의 리더십 진통이 예상된다. 경제적 승승장구 이면에 가려진 뇌관도 언제든지 돌출할 수 있어 성장통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태생적으로 미·중에 대해 동시에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 그렇다고 이에 함몰되어 자충수를 두면 낭패다. G2의 불안한 동거 시기에 불필요한 돌출 발언이나 행동을 하기보다 성숙한 실리적 접근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중시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미·중 이외의 세력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현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나름대로 중시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좀 더 과감하게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한다. 미국과 소원해지고 있는 유럽과도 실질적 관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상당수 국가가 중국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반대로 중국에 대한 견제도 그만큼 증가하는 추세다. 통상에 더해 에너지·광물 공급망 다변화라는 글로벌 흐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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