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삼성식 성과주의 실험, 주주 신뢰까지 얻어야 성공한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했다. 장기간 갈등과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상황에서 접점을 찾았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국내 대표 기업이 극한 대립 대신 협상과 조정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산업 현장에도 의미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진정한 성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노동 현장의 만족을 넘어 주주와 투자자의 신뢰까지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이 최근 몇 년간 강조해 온 것은 성과 중심 보상 체계다. 연공과 관행보다 성과와 기여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혁신 역량을 높이겠다는 방향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인건비를 단순 비용이 아니라 생산성과 연결된 투자로 관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제는 성과주의가 실제로 성과를 만들고 있다는 확신을 시장에 주느냐다. 성과와 무관한 보상 확대, 고정비 부담 증가로 비칠 경우 투자자들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에도 경쟁 환경은 치열하고, 미래 사업 투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럴 때 시장이 보는 기준은 단순하다. 늘어난 비용이 경쟁력 강화와 수익 창출로 이어지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 타협을 둘러싸고 일부 시장에서는 “성과주의 원칙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기업이 단기적인 조직 안정과 내부 만족을 위해 보상 체계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명확한 원칙과 설명 없이 이뤄질 경우 시장은 이를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 효율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사 타협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특정 이해관계자의 만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에 있다. 직원은 안정된 보상과 성장 기회를 원하고, 투자자는 자본에 대한 합당한 수익을 기대한다. 어느 한쪽만 만족시키는 구조는 오래가기 어렵다. 특히 상장기업은 노동과 자본 모두의 신뢰 위에서 운영된다.

삼성이 성과주의 실험을 성공시키려면 이번 합의 이후가 더 중요하다. 어떤 성과 지표를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지는지, 추가 인건비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성과 연결되는지, 연구개발과 사업 경쟁력 강화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시장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숫자와 결과로 증명하지 못하면 성과주의는 결국 비용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성과주의는 단순히 성과급을 더 주고 덜 주는 제도가 아니다. 조직 전체가 공정한 기준 아래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드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직원이 납득하고 투자자가 신뢰하는 구조라야 장기 경쟁력이 생긴다. 성과와 보상이 연결된다는 확신, 그리고 그 결과가 기업 가치로 이어진다는 전망이 함께 제시될 때 시장도 기업의 선택을 지지한다.

주주 역시 단기 수익만 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미래 투자를 지지하고 기업의 장기 성장을 기다려주는 자본이 있어야 혁신도 가능하다. 반대로 기업도 투자자에게 예측 가능성과 책임 있는 경영으로 응답해야 한다. 신뢰는 실적 발표 때가 아니라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마다 쌓인다.

삼성의 이번 노사 타협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직원의 동의를 얻은 성과주의가 시장의 신뢰까지 확보할 때 비로소 경쟁력이 된다. 성과를 위한 보상이 아니라 성과를 만드는 보상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노동의 만족과 자본의 신뢰를 함께 얻는 것, 그것이 지금 삼성이 증명해야 할 과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26_외국인걷기대회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