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이란 전쟁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트럼프의 레드라인 고농축 우라늄, 이란의 자존심, 그리고 호르무즈의 그림자

  • 중동전쟁을 노아협정으로 종식시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2026년 5월의 중동은 겉으로는 휴전과 종전 협상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거대한 화약고 위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 아래에서는 오히려 가장 위험한 충돌 지점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 하나의 문제가 있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우리가 그것을 확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란이 보유한 60% 고농축 우라늄 440㎏을 미국이 넘겨받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단순한 핵 협상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이번 전쟁 전체의 상징이며, 트럼프가 국내 정치적으로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가시적 승리”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이번 전쟁을 “핵무기 직전 단계의 이란을 멈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직접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해 미국 본토나 제3국으로 옮겨 폐기하는 장면은 트럼프에게는 하나의 역사적 연출이 될 수 있다. 그는 그것을 통해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를 넘어서는 업적으로 기록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이란의 절대적 레드라인이기도 하다. 이란 최고지도부는 이미 “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 불가”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입장에서 그것은 핵무기 잠재력을 제거하는 문제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국가적 자존심과 체제 생존의 문제다.

특히 이번 전쟁을 거치며 이란 내부에서는 매우 위험한 집단 심리가 형성되고 있다. “핵을 가진 북한은 공격받지 않았고, 핵이 없는 이란은 공격받았다.”

이 인식은 앞으로 이란 체제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핵무기 자체보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가 이란 군부와 혁명수비대 내부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반출”과, 이란이 원하는 “국내 보존 및 희석” 사이에는 아직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을 서두르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외교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 국내 정치와 경제 때문이다. 지금 미국 경제는 여전히 고물가와 고금리 압박 속에 있다.

특히 중동 전쟁 장기화는 국제 유가와 물류비를 자극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트럼프가 “전쟁이 끝나면 기름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인플레이션은 치명적 변수다. 미국 유권자들은 민주주의나 지정학보다 당장 휘발유 가격과 생활비에 더 민감하다. 트럼프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쟁이 이미 단순한 미국·이란 충돌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란은 사실상 “호르무즈 통행료” 카드를 만지기 시작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 안팎의 원유와 LNG가 지나가는 글로벌 에너지 동맥이다. 이곳에서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하거나 군사적 압박을 가할 경우 세계 경제는 즉각 충격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그런 조치가 현실화되면 외교적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공개 경고했다. 미국은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호르무즈 문제는 단순한 해상 통행권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세계 패권과 연결된다. 페르시아 제국은 수천 년 동안 호르무즈와 실크로드를 통해 문명과 무역의 중심에 섰던 나라다. 이란 지도부는 지금도 그 지정학적 DNA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국제 수로의 자유 항행”을 절대 원칙으로 본다. 결국 양측은 같은 바다를 두고 전혀 다른 역사적 기억과 전략 개념을 갖고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더 위험한 문제는 미국의 군사 피로감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전쟁 과정에서 사드(THAAD) 요격 미사일 200발 이상을 사용했다. 이는 전체 재고의 절반 수준에 가깝다. 동지중해 해군 함정에서는 SM-3, SM-6 요격 미사일까지 대량 사용됐다.

문제는 생산 속도가 소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는 원래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이다. 그런데 지금 중동 전쟁이 그 재고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결국 한국과 일본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사드 재배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동북아 안보 구조 역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대목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오히려 역설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막대한 전략 자산과 요격 체계를 소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는 “왜 미국의 무기 재고를 중동에서 다 써야 하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들조차 “중동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잠식하고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때문에 트럼프는 전쟁과 협상 사이를 계속 오가고 있다. 강경 발언과 유화 메시지가 하루 단위로 뒤섞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흥미로운 변수는 러시아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러시아 반출”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2015년 이란 핵합의 때처럼 고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보내 절충하자는 구상이다.

표면적으로는 중재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계산이 숨어 있다. 푸틴은 이란 전쟁 해결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트럼프와의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려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러 제재 문제에서 미국과의 협상 공간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문제나 신경 쓰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결국 지금의 중동은 단순한 지역전쟁이 아니다.

미국·이란·이스라엘·러시아·유럽·중국이 동시에 얽혀 있는 21세기 복합 지정학의 축소판이다. 겉으로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협상은 여전히 매우 위태롭다. 트럼프는 승리가 필요하다. 이란은 굴복의 이미지를 피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 잠재력을 완전히 제거하려 한다. 러시아는 중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그리고 세계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의 바람 방향 하나에도 흔들리고 있다.

전쟁은 잠시 멈출 수는 있다. 하지만 중동의 지정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세계는 더 깊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핵 협상이 아니라 두 개의 역사와 두 개의 문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라는 점이다.

한쪽은 250년 역사의 세계 최강 초강대국 미국이다. 다른 한쪽은 5000 년 역사의 페르시아 문명을 계승한 이란이다. 미국은 현대 세계질서를 만든 나라다.

달러와 군사력, 기술과 금융, 인터넷과 AI 플랫폼까지 오늘날 세계 시스템의 상당 부분은 미국 중심으로 움직인다. 1776년 독립 이후 미국은 불과 250년 만에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었다.

반면 이란은 단순한 중동 국가가 아니다. 그 뿌리에는 키루스 대제와 다리우스 대제의 페르시아 제국이 있다. 아케메네스 왕조는 이미 기원전 6세기에 거대한 다민족 제국을 운영했고, 메소포타미아와 중앙아시아, 인도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문명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서구 세계는 흔히 이란을 “문제 국가”로만 보려 하지만, 이란인들의 집단 기억 속에서 자신들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문명의 후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읽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미국은 이란 핵 문제를 국제 안보와 핵확산 방지의 문제로 본다. 반면 이란은 이를 국가 체제와 문명적 자존심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힘의 논리가 아니다. 오히려 인류 문명 차원의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노아 협정(Noah Accord)’의 정신일 수 있다. 이미 중동은 한 차례 중요한 변화를 경험했다.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등이 맺은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이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가 모두 아브라함을 공통 조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출발한 이 협정은 단순한 외교 문서를 넘어 문명 화해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 큰 상상력이 필요하다. 노아는 아브라함 이전의 인류 공통 조상이다.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의 전승 속에서 노아는 “인류 생존과 화해”의 상징이다. 지금 중동이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핵 협상이 아니다.

“누가 이기느냐”를 넘어, 인류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미국도 이란도 서로를 완전히 굴복시키기는 어렵다. 미국은 군사력으로 이란 체제를 흔들 수는 있어도 페르시아 문명의 자존심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

반대로 이란 역시 미국 중심 세계질서를 정면으로 무너뜨릴 수는 없다.

결국 양측은 어느 순간 타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타협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서로의 체면과 역사, 그리고 문명적 자존심을 인정하는 평화여야 한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상생(相生)”이라는 철학이 있었다. 상대를 완전히 쓰러뜨리는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유교와 불교, 도교 전통 속에서 동아시아는 갈등 속에서도 조화를 찾으려 했다.

한국 역시 그런 역사적 경험을 가진 나라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미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나라다. 그래서 한국인은 힘의 균형만이 아니라 관계의 균형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 미국과 이란에도 바로 그런 사고가 필요하다. 미국은 이란의 최소한의 체면을 살려줘야 한다. 이란 역시 미국의 국제 질서를 전면 부정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 직접 반출이 아니라 국제 공동관리 체제로 옮기거나, 러시아·중립국·국제원자력기구(IAEA) 공동관리 방식으로 처리하는 절충안도 가능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다. 인류가 다시 전쟁의 문턱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느냐다. 왜냐하면 지금 세계 경제는 이미 한계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의 동맥이다. 이곳이 흔들리면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물류와 해운, 보험과 금융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는다. 특히 한국 같은 나라에는 치명적이다.

대한민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동산 원유와 LNG는 한국 산업의 생명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도, 현대자동차의 생산라인도 결국 안정적 에너지 공급 위에서 돌아간다.

호르무즈 위기가 심화되면 원화 약세와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수출 중심 경제인 한국은 글로벌 해상 물류 불안에도 직접 타격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안보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사드(THAAD) 요격 미사일 재고를 대량 소진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절반 가까운 재고가 중동 방어에 사용됐다. 이것은 곧 동북아 안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전략 자산은 무한하지 않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대만해협과 한반도를 동시에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 전쟁에서 드러나고 있다.

결국 한국은 앞으로 더욱 복합적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은 중동과 중국, 러시아와도 일정 수준의 외교적 공간을 유지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보, 반도체와 AI 산업의 안정성은 이제 단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 세계는 AI 혁명 시대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류는 다시 가장 오래된 문제들 앞에 서 있다. 문명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강대국은 어디까지 힘을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인간은 전쟁을 넘어설 수 있는가. 5000 년의 페르시아와 250년의 미국이 지금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세계는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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