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윤의 플러그인] 재점화된 삼성전자 '분사론'···"감정적 요구일 뿐 실익 없다"

  • '인적분할' 이룬 삼바···"파운드리는 달라"

  • 분할 시 '원스톱 턴키 솔루션' 강점 포기해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내부가 구성원 간 성과급 격차로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분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년째 '장외 주장'에 그쳤던 분사론이 이번에는 구성원의 목소리를 통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법적으로 기업을 쪼갤 경우 방식은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을 택할 수 있다. 물적분할의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 하지만 자회사 상장 시 중복상장 이슈로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2020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LG에너지솔루션)를 물적분할해 상장했을 당시 LG화학 주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장의 우려를 감안하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 주식을 받는 인적분할이 현실적 대안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신약 및 복제약 개발 사업부(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인적분할을 단행하며 사업 전문성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적자' 파운드리 홀로서기?···이재용 회장 "분사 없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반도체(DS) 부문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독립이다. 과거부터 제기된 삼성전자 분사론의 가장 큰 명분은 설계 영역과 제조 영역 간의 '이해 충돌'이다.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 고객사들이 기술 및 설계 유출 우려로 물량 발주를 주저해온 만큼, 파운드리 분사는 이 같은 시장의 불신을 단번에 해소할 카드로 꼽힌다.

더욱이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 개발과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을 명확히 분리한 것처럼, 반도체 역시 설계와 파운드리를 분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미국 AMD 역시 지난 2009년 제조 부문을 분리해 '글로벌파운드리(GF)'를 설립했고, 인텔 역시 종합반도체기업(IDM)의 한계를 깨기 위해 2024년 9월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겠다고 공식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상황은 국내외 선례들과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실적이다. 현재 수조 원대 적자를 기록 중인 사업부에 '홀로서기'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자생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지라는 점에서다.

삼성전자만의 경쟁력인 '원스톱 턴키 솔루션'의 강점도 포기해야 한다. 현재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는 화성과 평택 캠퍼스를 중심으로 생산 인프라를 공유하며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만약 분사를 강행할 경우 파운드리가 독자적인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 당장 수십 조원의 시설 투자 재원을 자력으로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경영진의 의지도 확고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4년 10월 필리핀 방문 당시 "우리는 사업(파운드리)을 성장시키고 싶다"면서 "분사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분사설을 일축한 바 있다.

업황 주기 버텨온 'DS·DX'···지주사 전환도 제약 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급 갈등의 도화선이 된 DS 부문과 완제품(DX) 부문 간 전면적 분할 역시 쉬운 선택이 아니라고 입 모은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모바일·가전과 반도체는 글로벌 업황 흐름에 따라 서로의 부진을 메워주는 상호 보완적 버팀목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주기가 통상 3~4년이라고 전망되는 상황에서 당장 눈앞의 실적 격차에만 매몰돼 분사를 논하기에는 사업적으로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한 구조 개편도 거론된다. 2016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 이사진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는 내용의 기업구조 개편을 공식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당시 엘리엇은 "스마트폰·반도체·가전 사업을 모두 망라하고 있는 현재 기업 구조는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초래한다"며 분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계열사 간 출자 구조와 지분율이 지나치게 복잡한 데다,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등 엄격한 법적·제도적 규제를 감안하면 단번에 실현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대주주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사업부 간의 유기적인 시너지에 있다"라며 "최근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감정적 분출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을 둘로 쪼개자는 주장은 현실을 간과한 감정적 접근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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