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21호 비행사들이 210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단순한 우주 비행 성공으로 치부하기에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 중국 우주비행사 단일팀 기준 최장기 체류 기록을 세웠고, 우주유영과 과학실험, 우주정거장 유지보수 임무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무엇보다 이번 임무는 중국이 추진하는 '우주굴기(宇宙崛起)'가 더 이상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주는 국가 역량의 총합이 투영되는 공간이다. 경제력과 과학기술, 제조업 경쟁력, 교육 수준, 장기 국가전략이 결합되지 않으면 우주 개발은 불가능하다. 로켓 하나를 발사하는 데만 수천 개 기업과 수만 명의 연구자가 참여한다.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수백 일을 체류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 시스템 전체의 역
량을 증명하는 일이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이 점을 꾸준히 보여줬다. 2003년 양리웨이의 선저우 5호 비행으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유인우주 비행국이 됐다. 이후 달 탐사선 창어(嫦娥) 프로젝트,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자체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건설까지 단계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속도보다 일관성이다. 중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우주 전략이 흔들리지 않았다. 단기 성과보다 20년, 30년 뒤를 내다보는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했다. 이번 210일 체류 기록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기술과 인력, 자본의 산물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조선,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주 분야에서는 아직 추격자 위치에 머물러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의미 있는 성과지만 아직 독자적인 우주정거장도 없고 유인우주 비행 경험도 없다. 달 탐사 역시 초기 단계다.
우주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우주는 안보와 경제, 산업 경쟁력의 핵심 전장이 되고 있다. 과거 바다를 지배한 국가가 세계를 주도했듯 미래에는 우주를 선점한 국가가 새로운 질서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미·중 우주 패권 경쟁, 한반도에 다가온 새로운 현실
이번 선저우 21호 임무는 단순한 과학기술 뉴스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우주 경쟁을 벌였듯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우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를 통해 달 기지 건설과 화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30년 전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양국이 경쟁하는 분야가 단순한 우주 탐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성통신, 우주인터넷, 정찰위성, 우주자원 개발, 우주 기반 AI 시스템까지 미래 산업 전반이 우주와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전은 이미 우주 없이 수행할 수 없는 단계에 진입했다. GPS와 위성통신, 정찰위성 정보가 군사력의 핵심이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민간 위성망이 전황을 바꿨다. 우주는 더 이상 과학자의 실험실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인프라가 된 것이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이미 군사정찰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 일본 모두 우주전력을 확대하고 있다. 동북아 안보 환경 자체가 우주 기술 경쟁과 직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경제적 측면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수조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사용 발사체, 위성통신, 우주관광, 우주자원 개발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우주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단순히 기술 격차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산업 주도권과 안보 역량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우주 경쟁은 결국 국가 경쟁력 경쟁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할 필요만은 없다. 오히려 냉정하게 배워야 한다. 중국의 강점은 기술 자체보다 장기 전략과 인재 육성에 있다. 매년 수많은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 차원의 목표를 일관되게 추진한다. 우주산업을 국가 미래 성장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한국의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되는 국가 우주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대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인재 양성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우주산업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산업이다. 넷째, 우주와 AI를 결합한 미래 산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앞으로 우주 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새로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210일의 우주 체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중국이 미래를 준비한 시간의 총합이다. 우주는 하루아침에 정복되지 않는다. 기술도, 산업도, 국가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미 달을 향해 가고 있다. 미국은 화성을 준비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우주굴기의 진정한 의미는 로켓이 아니라 국가의 비전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러움도, 두려움도 아니다. 미래를 향한 장기 전략과 흔들리지 않는 실행력이다.
210일 동안 우주에 머문 중국 우주비행사들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미래는 기다리는 나라의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나라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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