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자율주행·피지컬 AI 등 제조 역량이 강한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밸류체인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 기존 TSMC 중심의 AI 공급망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만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한국의 주요 기업들과 연쇄 회동했다. 처음 마련된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 LG전자, 두산,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엔비디아가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앞선 제조 역량에 있다. AI 가속기의 핵심 경쟁력이 그래픽처리장치(GPU) 단일 성능에서 메모리 대역폭, 전력 효율, 첨단 패키징, 데이터센터 운영, 피지컬 AI 구현 역량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려면 메모리 수급은 물론 로보틱스·모빌리티 등 피지컬 AI 영역에서도 파트너를 확보해야 한다. TS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반 밸류체인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AI 칩 생산이 급증하면서 TSMC의 독자 패키징 기술인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관련 공급 병목이 심화하고 있다. 파운드리 자체 경쟁력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AI 시대 전체 공급망을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GPU 설계는 엔비디아, 최첨단 제조는 대만, 메모리와 패키징·후공정은 한국이 담당하는 다극 체제로 재편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HBM 공급 주도권을 확보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위상이 더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7세대 HBM4E 샘플 출하를 시작하며 엔비디아 차세대 로드맵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4E는 2027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울트라에 탑재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는 최근 7개월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3차례 만난 데 이어 이번 대만 GTC 기간에도 만남을 가졌다. 양사가 차세대 HBM 공급과 AI 메모리 로드맵을 두고 협력을 구체화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그룹과는 자율주행 협력을 강화한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GTC 콘퍼런스에서 현대차와 레벨4 자율 주행 개발 협력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플랫폼 '하이페리온'을 도입해 자율주행 2단계부터 4단계까지 확장 가능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LG그룹과는 전방위으로 피지컬 AI 협력 속도를 높인다.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을 개발하고 있는 LG AI 연구원, 로봇 센싱 기술을 보유한 LG 이노텍, 데이터센터 포함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춘 LG유플러스 등 LG그룹 계열사와의 협업도 기대된다. LG전자는 올 초 엔비디아 고성능 칩셋 '젯슨 토르'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공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공급망이 엔비디아와 TSMC 중심에서 메모리와 패키징, 로보틱스까지 포함한 '피지컬 AI 제조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피지컬 AI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어 AI 생태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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