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우이신설선 솔샘역 2번 출구를 나와 5분가량 걷자 SK북한산시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산 자락을 따라 조성된 이 단지는 총 54개 동, 5000가구가 넘는 규모의 초대형 아파트 단지다. 단지 내부 도로는 왕복 4차선 수준으로 넓게 조성돼 있어 하나의 작은 신도시처럼 보였다.
2004년 입주한 SK북한산시티는 준공 후 20년이 넘었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에서 매매 거래가 가장 많은 아파트는 SK북한산시티로 154건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으로도 1월 23건, 2월 32건, 3월 32건, 4월 31건 등 꾸준한 거래가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SK북한산시티가 지난해 시행된 대출 규제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용 84㎡ 기준 6억~8억원대에 형성된 가격 덕분에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이 정책대출을 활용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월세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전용 84㎡가 보증금 1억원·월세 145만원 수준에 거래됐지만 이달에는 같은 면적이 보증금 1억원·월세 200만원, 또는 보증금 3억9000만원·월세 60만원 조건으로 계약됐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매물이 부족해 단지 안쪽의 경사가 높은 동도 예전보다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전용 59㎡가 8억원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서울 외곽 지역의 전·월세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북 등 외곽 지역은 전·월세 공급 부족 현상이 상대적으로 심한 곳"이라며 "한강변 주요 지역이 투자 수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 외곽 지역은 실수요 중심의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혼부부나 1인 가구가 정책대출을 활용하기 좋은 가격대인 만큼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서울 주요 지역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장에서는 과열 우려도 나온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초와 비교하면 몇 달 만에 1000만~2000만원씩 오른 매물이 적지 않다"며 "지금은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기보다 시장 흐름을 지켜보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 자락의 가파른 경사와 20년 넘은 연식에도 불구하고 SK북한산시티는 여전히 젊은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 대출로 살 수 있는 집'을 찾는 수요가 몰리면서 강북 외곽 아파트 시장의 새로운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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