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도 코스피 대형주로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강세에 레버리지 자금까지 몰리면서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코스닥 신용잔고는 1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7조18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4일 24조8169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2조3671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코스닥 신용잔고는 같은 기간 11조220억원에서 9조8846억원으로 줄어들며 10조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와 코스닥 신용잔고는 나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부터는 코스피 신용잔고는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코스닥 신용잔고는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뚜렷한 엇갈림 현상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종 쏠림 현상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을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상승한 종목은 많지 않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를 적극 순매수하고 코스닥은 매도하면서 자금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유동성 장세에서는 시장에 풀린 자금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현재는 AI·반도체 테마에만 유동성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신용투자에도 반영되면서 코스피 신용잔고는 늘고 코스닥 신용잔고는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반도체 업종의 증시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6월 25%에서 최근 54%까지 확대됐다. 올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60% 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허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시가총액은 모두 1조달러를 넘어섰지만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6~10배 수준"이라며 "반도체 업종 자체에 대한 투자 매력은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수급 이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9일 1074.80까지 밀린 데 이어 이날에도 약세를 이어가며 1050.03에 마감했다. 이날 기관은 전 거래일에 이어 리노공업, 이오테크닉스,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등 코스닥 주요 반도체 소부장 종목을 중심으로 순매도에 나섰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가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자금 쏠림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강력한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다른 업종의 뚜렷한 호재가 없는 한 현재와 같은 자금 이동은 단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특정 업종에 레버리지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향후 주식시장 전반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쏠림이 심화할수록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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