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우리를 찾아오기를 기다릴 수 없다. 그들을 찾아가야 한다."
3일(현지 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제77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orld News Media Congress)에는 60여 개국에서 1000여 명의 언론인과 미디어 경영진이 참석했다. 뉴욕타임스(NYT)의 회장 겸 발행인 A.G. 설즈버거(A. G. Sulzberger),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캐서린 바이너(Katharine Viner)편집국장, 유럽 주요 언론사 경영진 등이 한자리에 모여 AI 시대 저널리즘의 생존 전략을 논의했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서혜승 아주미디어그룹 영문 뉴스 통신사 AJP 편집국장이 연사로 올랐다.
AI가 올해 총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AJP의 발표는 AI 시대 언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았다.
서 국장은 'How AI Is Transforming the News Experience(AI가 바꾸는 뉴스 경험)' 세션에서 AI를 활용한 다국어 뉴스 생산과 글로벌 독자 확장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AJP의 정체성을 'Asian Substance in English'로 정의하며 AI 시대 영어 뉴스 통신사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 서 국장은 "우리는 AI가 가장 잘 이해하는 언어로 아시아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통신사의 역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주미디어그룹은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5개 국어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AJP는 이 같은 다국어 전략의 중심에 있는 영어 뉴스 통신사다.
서 국장은 AJP가 AI를 뉴스 생산과 유통 체계를 설계하는 출발점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가 뉴스 생산과 유통 방식을 바꾸는 환경에서 AI를 단순한 번역 도구가 아닌 콘텐츠 확장 플랫폼으로 활용하며 기존 언론사들과 차별화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AI를 잘 사용하는 기자가 아니라 AI가 배우고 따라올 수 있는 기자가 되는 것"이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현장을 취재하고 맥락을 해석하는 기자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는 총회 첫날 기조연설에 나선 설즈버거 회장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었다.
설즈버거 회장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결국 언론의 고유 취재 보도에서 나온다"며 생성형 AI가 발전하더라도 현장을 취재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는 언론의 역할은 대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업들이 언론 콘텐츠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면서도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AI 역시 언론이 생산한 정보 위에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개념 중 하나는 '유동적 콘텐츠(Liquid Content)'였다. 하나의 취재 결과물이 기사, 영상, 오디오, 요약본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환돼 독자의 상황과 필요에 맞춰 전달되는 모델이다.
이는 독자가 직접 언론사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콘텐츠가 독자의 관심과 필요에 맞춰 먼저 다가가는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실제로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AI를 단순한 업무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독자 경험을 재설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뉴스 추천은 물론 기사 아카이브를 대화형 서비스로 전환하거나, 하나의 기사를 여러 포맷으로 재가공해 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하도록 하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독자가 찾는 것은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고유 취재다. AI가 뉴스를 만드는 방식을 바꿀 수는 있어도 저널리즘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
뉴스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검증해 전달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이번 총회를 관통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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