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젤렌스키, 푸틴에 직접회담 제안…드론전으로 협상 압박

  • 우크라, 두 달 연속 러 점령지 일부 수복

  • 푸틴, 협상 언급하면서도 돈바스 요구 고수

  • 트럼프 평화 방안 변수지만 접점 여전히 좁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회담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전으로 러시아 본토와 후방 보급망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돈바스 전체 장악 요구를 거두지 않았다.
 
4일(현지시간) BBC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개서한에서 “평화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직접 관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회담 장소로는 스위스나 튀르키예를 거론했다. 협상 기간 모든 전투를 멈추는 방안도 요구했다. 미국의 관심이 이란 문제로 옮겨간 상황에서 당사국 간 직접 협상 필요성을 부각한 것이다.
 
제안의 배경에는 달라진 전쟁 흐름이 있다. AFP통신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러시아에 새로 빼앗긴 땅보다 282㎢ 더 많은 영토를 되찾았다. 4∼5월 두 달간 되찾은 영토는 403㎢로 집계됐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0.4% 수준에 그치지만, 러시아군이 두 달 연속 새로 차지한 땅보다 더 많은 기존 점령지에서 밀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규모만 보면 전쟁 흐름을 뒤집을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전선과 후방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ISW는 “우크라이나의 중거리·전선 드론 공격이 러시아군의 병력 이동과 보급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개막을 앞두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대 석유 터미널 등 주요 시설이 공격받으면서 러시아 방공망의 취약성도 드러났다.
 
러시아는 여전히 군사적 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군이 매일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루한스크 전역을 장악했고 도네츠크의 85% 이상, 자포리자의 80%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드론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방공망 개선 필요성은 인정했다.
 
협상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논의한 평화 방안이 전쟁을 끝내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도 일정한 양보에 동의했다”며 “우크라이나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두 정상의 만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러시아가 말하는 양보의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전체 장악과 평화 합의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잔여 지역을 넘겨야 한다는 기존 요구를 유지한 것이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대표할 법적 자격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 내 핵심 지역인 도네츠크를 직접 거론하며 맞섰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점령하겠다는 시한을 반복적으로 미뤄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은 그것을 점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영토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발언이다.
 
회담 제안에도 전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에 대비해 독일에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을 요청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도 초음속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동원한 후방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직접회담 제안이 종전 논의가 본격화됐다는 신호라기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전 압박과 러시아의 영토 요구가 맞서는 협상 조건의 힘겨루기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영토와 휴전,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표 자격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간극도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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