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지피지기] 시진핑, 평양행 …지정학 중심에 우리의 공간은?

  • 우리가 야누스의 얼굴을 가져야 하는 이유

박승준 논설주간
[박승준 논설주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 평양으로 날아간다. 시진핑이 타고 갈 중국 국제항공(Air China) 전세기가 출발하는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까지는 800㎞ 정도. 일반 여객기로는 플라이트 타임 1시간 55분이다. 시진핑의 외국 나들이는 지난해 10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 이후 8개월 만이다.

시진핑은 요즘 체급이 달라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해서 세계 대부분 국가와 등을 지고, 지난 2월 28일 이란 공격을 감행한 이후 좀 무거워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꼬드김에 넘어가 이란을 기습공격한 이후 서유럽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 지도자들과 마찰을 빚고, 다른 동맹국들에도 화를 내는 행동을 자주 해왔다. 그러다 보니 NATO 국가 지도자들이 베이징으로 달려가 ‘헤징(Hedging· 안전판 마련하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에서 시진핑의 체급이 다소 올라갔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5월 5일자에 중국 주재 전직 캐나다 외교관 마이클 코브리그가 쓴 ‘트럼프의 중국 함정 : 왜 시진핑이 정상들 게임에서 계속 승리하는가(Trump’s China Trap : Why Xi Keeps Winning the Summitry Game)’를 보면 그동안 베이징에는 서유럽 국가 지도자들 방문 러시가 이뤄졌다. 미셸 마틴(Micheál Martin) 아일랜드 총리 1월 4~8일, 이재명 대통령 1월 4~7일,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 1월 14~17일, 페트리 올포(Petteri Orpo) 핀란드 총리 1월 25~27일,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 1월 27~31일, 야만두 오르시(Yamandu Orsi) 우루과이 대통령 2월 1~7일,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 2월 25~26일에 이어 4월 들어서도 스페인 총리,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모잠비크 대통령, 케냐 대통령,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등이 줄을 이었고, 각국 국회의장과 외교장관, 특히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 외교장관도 4월 23일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에 앞서 2025년에는 호주, 프랑스, 조지아, 뉴질랜드, 포르투갈,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모두 중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인민대회당 앞에서 레드 카펫을 밟고,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중국공산당 고위 간부들과 악수를 하고, 관계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에 서명했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은 세계 외교무대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듯했다. 시진핑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기본 근무지가 인민대회당으로 바뀌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파(一波·파도) 방문’이라고 표현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5월 6일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로스 두댓(Ross Douthat)이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떠오르는가(Is America in Decline and China Rising? Not for Long.)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오늘 베이징을 출발해서 평양으로 가는 시진핑의 방문은 그런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방문지가 한국 부산이었고, 이번 시진핑의 나들이가 평양이라는 점은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무엇, 즉 중국에 한반도의 중요성은 무엇일까를 잘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특히 이번 시진핑의 평양행의 중요 목적의 하나가 1961년 7월 11일 베이징에서 체결된 중·조 우호협력 호조 조약(中朝友好合作互助條約)이 평양에서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수상 김일성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사이에 서명된 조약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시진핑의 평양 방문에 대해 중국 외교부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5일 정례뉴스브리핑을 통해 “이번 방문은 시진핑 총서기가 7년 만에 다시 조선을 국사방문(State Visit)하는 것이며, 근년 들어 시진핑 총서기와 김정은 총비서의 전략적 인도에 따라 중국과 조선의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가 지속적으로 건강하고 안정되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한 다음 “금년은 중·조 우호협력조약 체결 65주년으로, 이번 시진핑 총서기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중·조 관계는 시대와 더불어 발전해서 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과 번영에 커다란 공헌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진핑의 평양 방문은 지난 5월 14~15일 베이징에서 이뤄진 트럼프·시진핑 회담과 일주일 뒤인 19~20일 득달같이 이뤄진 푸틴의 베이징 방문에서 논의된 전략 재조정과 관련해 시진핑과 김정은 사이에 어떤 논의가 오가게 될지가 우리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대목이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 이후 가까워진 북·러시아 관계에 대응하기 위해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어떤 제안을 내놓게 될지, 트럼프와 주고받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트럼프와 푸틴을 모두 만나 세계 전략구상 대화를 나눈 시진핑이 김정은과 만나서는 어떤 전략구상을 의논하게 될까. 트럼프와 푸틴에 이어 김정은과도 만나 세계 전략구상을 가다듬은 시진핑을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우리는 우리가 미국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 미국 측이 불평을 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미국과 중국에 대해 보여주어야 하는 자세는 둘 가운데 하나를 택하려는 어리석은 자세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야누스(Janus) 같은 두 얼굴을 한 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 지난 2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주한 미 공군 소속 F16기 10여 대가 오산기지를 이륙해서 곧장 서쪽으로 비행해서 CHADIZ(중국비행정보구역)까지 날아가 중국 공군 J(纖)-16기들과 대치했을 때 우리 공군이 함께 작전을 안 한 정도가 아니라 안규백 국방장관이 제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그런 난센스를 연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지난 6월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석좌의 오피니언 기고 “한국이 미국과 맞서는 강한 좌편향을 하고 있다(South Korea Takes Hard Left Turn Against America)” 같은 글이 실리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미·중 패권 다툼에 끼이게 된 이상 항상 빈틈없는 관찰과 치밀한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외교 공간을 점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시진핑 방북 기간에 김정은과 논의할 가능성이 예상되는 두만강 하구를 통한 중국의 동해 출해권과 관련해서 우리에게 유리한 입장을 미리 준비해두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3개국의 이익이 함께 걸린 두만강 하구의 트라이앵글 지역 발전 프로그램 논의를 지지하며, 우리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 발표를 해둠으로써 우리만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이미 1980년대부터 논의되어 오던 두만강 하구 개발계획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밀한 리뷰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두만강 하구 개발계획이 중국의 산업 러스트 벨트라고 할 수 있는 지린(吉林)성과 헤이룽장(黑龍江)성 경제개발 계획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여기에 참여해 달라는 중국의 제의에 대해 그동안 우리 이전 정권 정부가 보여준 무관심을 만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시진핑 평양 방문 중에 있을 중·조 우호협력호조조약 체결 65주년 기념행사와 관련해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조약의 제2조가 '만약 이 조약 체결국의 한쪽이 어떤 국가 또는 국가연맹의 공격을 받을 경우 다른 한쪽은 즉각(立卽) 전력을 다해(盡其全力) 군사원조와 기타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는 자동개입 조항이라는 사실이다. 한·미 동맹으로 묶여 있는 우리와 미국이 조·중 우호협력조약으로 묶어 놓은 북한과 중국이 유사시 충돌할 경우에 대비한 자동개입 조항, 그것도 표현이 너무나 분명한 자동개입 조항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우리와 일본에 대해 지난해 12월 5일 미 백악관이 발표한 NSS(National Security Strategy·국가안보전략)와 지난 1월 23일 미 전쟁부(Department of War·전 국방부)가 발표한 NDS(National Defence Strategy·국가 방어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 군사력이 중국 군사력을 저지하는 임무를 수행해 달라고 명확히 요청하고 있다. NSS에서 미 백악관은 한국과 일본이 방위 부담을 늘려 “적들을 저지해서 제1도련선을 보호해줄 능력을 갖출 것(to deter adversaries and protect the First Island Chain)”을 명확히 요청했다. 미 전쟁부의 NDS도 “우리는 (중국 군사력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제1도련선을 따라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할 것이며 이 지역의 동맹국들도 우리의 집단방어에 더 큰 노력을 더 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가 중국·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조·중 우호협력조약과 한·미 동맹 조약 사이에서 야누스의 얼굴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와 중국, 북한이 언제까지나 평화를 유지하는 것만을 우리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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