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이 돈 버는 방법은 쉽습니다. 돈이 되는 서비스를 붙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바로 늘어나죠. 문제는 상업화 확대로 인한 기존 이용자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2020년 봄 무렵이다. 당시 카카오의 주요 경영진 중 한사람을 만났다. 카카오의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매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용자 걱정은 했다. 플랫폼의 무리한 상업화로 인해 이용자가 줄어들면 시장 지배력을 상실한다는 얘기다.
그의 말처럼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를 몇개 붙이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폭증했다. 대외적 여건도 좋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카카오톡 이용자의 충성도가 가장 높았고 온라인 광고 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아무도 카카오의 성장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시 카카오 경영진이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돈 버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잠시 잊기로 했다는 생각에 초심을 잃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마지막 결정타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태였다. 상장 한달만에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 8명이 취득한 주식 44만 주를 동시에 매도해 약 9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주가 급락은 물론 정부가 '주식시장 먹튀 방지법'을 도입하는 등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경영진들은 이미 손에 수백억원을 쥐었다.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다. 이후 "경영진만 배 불리고 직원은 소외됐다"는 사내의 극단적인 불신이 시작됐다. 겉으로는 수평적 의사소통과 ‘크루’ 문화를 표방했지만, 속으로는 극단적인 위화감과 냉소가 있었다.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오늘날 노사 갈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했던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사의 표명과 퇴사 사건 역시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대대적인 카카오톡 개편 작업을 벌여 놓고 이용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나몰라라 떠난 셈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과거 스톡옵션 먹튀 사태와 흡사하다.
노조는 "문제만 남겨 놓고 경영진은 또 떠났다"며 회피형 퇴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경영진의 실책을 수습하는 것은 오롯이 남겨진 일반 직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카카오 노사 갈등의 골은 상상 이상으로 깊다.
정신아 대표가 사과하고 조직개편을 통해 달래기에 나섰지만 무너진 신뢰를 땜질 몇번으로 복구하기는 어렵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쌓아온 시간의 몇배가 필요하다. 과거 경영진의 문제는 언제나 현재의 경영진이 져야 한다. 그래서 대표고 경영진이다.
AI 시대를 맞아 카카오의 경쟁사들은 글로벌 빅테크들과 합종연횡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저마다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만약 카카오가 AI 경쟁에서 끝내 낙오된다면, 그 결과 역시 남겨진 직원들의 몫으로 돌아올 뿐이다. 또 다시 경영진들은 회사를 떠날 것이고 직원들의 불신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대를 끊는 것이다. 서로 한발 씩 물러서자는 억지 양보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 직원들을 소외시켰던 과거와 완전히 결별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끊임 없는 이해와 책임 경영만이 카카오에 5년간 자라왔던 불신을 없애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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