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용의 재계비화] 독립감사 선임 임시주총 불가피...이사회 주도권 놓고 고려아연 vs MBK·영풍 분쟁 다시 불붙어

  • 직무정지 이사 4인 사임 이어 독립감사 1인 선임 임박

  • 고려아연 이사회 5인 자리 두고 최윤범대 MBK·영풍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3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3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고려아연 사외이사 4인이 사임하고 분리선출(독립) 감사위원 선출 기한인 9월이 임박함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에 발생한 5개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조만간 개최될 전망이다. 이사회 의석수 확보를 위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간 수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직무정지 상태였던 이상훈·이형규·김경원·이재용 등 고려아연 사외이사 4명이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했다. 

이들 4인은 지난해 1월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해당 주총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법원 가처분 판단에 따라 약 1년 6개월가량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은 "장기간 지속된 집무정지 상태와 개인적·직업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사들의 자발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MBK·영풍은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한 절차적 하자로 인해 취임 직후부터 직무가 정지된 것"이라며 "늦었지만 올바른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외이사 4인이 사임하면서 고려아연 이사 수는 18명에서 14명으로 줄었다.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인사 9인대 MBK·영풍 측 인사 5인으로 구성된 상황이다.

업계에선 조기 사임한 4인 외에 내년 임기가 종료되는 이사 수가 9명(최 회장 측 6인, MBK·영풍 측 3인)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사 선임 절차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4인이 조기 사임한 것으로 분석한다.

고려아연 개정 정관에 따라 이사 선임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 고려아연 주주들은 주총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받고 특정 후보에게 얼마나 투표할지 결정할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가 최 회장 측 37.9%(최윤범과 특수관계인, 한화그룹, LG화학, 크루시블JV 등)대 MBK·영풍 41.1%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이 열리면 양측이 각각 2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변수는 개정 상법에 따라 오는 9월까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는 점이다. 현재 고려아연에는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1명인 만큼 임시주총에서 사임한 4인 외에 분리선출 감사위원 1인도 함께 선임할 공산이 크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안건으로 올리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찬성률이 정관 변경 요건인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 

감사위원은 회사 주요 투자 및 내부경영 문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일반 이사보다 무게감이 큰 자리다. 최 회장의 경영상 판단에 대한 컴플라이언스(기업 윤리) 이슈를 지속해서 제기하는 영풍·MBK 측 입장에선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정 상법에 따라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서 지배주주(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되면 감사위원은 현 고려아연 지배주주인 MBK·영풍보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표심에 따라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고려아연과 MBK·영풍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예비후보 추천 자격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감사위원 추천 자격을 전체 발행주식의 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 또는 전체 발행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로 한정하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자격 요건이다.

반면 MBK·영풍은 이러한 추천 자격이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추천 요건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MBK·영풍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0.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실질적으로 47곳으로 6개월 보유 요건까지 적용하면 일반 주주가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더 어렵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주식 1주 이상을 보유한 모든 주주와 기업지배구조 기관, 전문가 단체 등으로부터 후보를 공개 추천받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인사를 추천하지 않고 별도의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살피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표심을 결집함으로써 두 회사가 추천한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려아연은 현행 기준은 후보 난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특정 주주 한 명이 단독으로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다"며 "다수의 소수주주가 지분을 모아 후보를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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