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종말] 서울 아파트 전세 절벽 가속화…강북은 '전세 대란' 수준

  • 강북권 전세수급지수 2020년 이후 최고치

  • 수급 불균형 속 전세값 2% 가까이 상승

  • 신규 입주 물량 단기간 확보도 어려워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빠르게 공급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은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았던 강북권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대란’에 가까운 압박이 나타나고 있다.

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월간 전세수급지수는 182.67을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며 통상 180을 넘으면 전세난이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북권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강북권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187.78을 기록하며 2020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며 전세 매물 부족이 일부 선호 단지를 넘어 강북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강북권은 매매가격 부담이 큰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이 매수 대신 전세에 머무는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다. 기존 세입자들도 높아진 주거비 부담 때문에 쉽게 이동하지 못하면서 신규 전세 매물은 줄고 남아 있는 매물에는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수급 불균형은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강북구 아파트 전셋값은 1.86% 올랐고 성북구(1.36%), 노원구(1.35%), 도봉구(1.33%)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특정 단지에 국한되지 않고 강북권 전반에서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지는 양상이다.

절대적인 전세 물량도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8574건으로 1년 전 2만5240건보다 26% 넘게 감소했다. 전세를 찾는 수요는 유지되는데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줄어들면서 전세난 체감도는 더 커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감소한 배경에는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면 새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도 감소하고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전세 매물 회전이 둔화된다.

월세 전환도 전세 공급을 줄이는 핵심 요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2%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9%보다 8%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면서 순수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계약갱신 증가도 신규 전세 매물 부족을 키우고 있다. 기존 세입자들이 주거비 부담을 우려해 계약을 갱신하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더 줄어든다.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 계약갱신 증가가 맞물리면서 서울 전세시장에 공급 부족이 구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전세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세 공급을 늘리려면 신규 입주 물량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지만 입주 물량은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 여기에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 등 추가 금융 규제가 시행되면 갭투자 수요를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전세 공급 축소와 월세 전환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에 전세 공급이 적은 상태이기 때문에 집주인들로서는 전셋값을 내릴 유인이 적다”며 “가격은 높은데 전세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세입자들의 선택지가 매매나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라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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