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가격 경쟁 심화와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국내 제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AI가 활로를 뚫어내고 있다. 제조업 AI 전환(M.AX)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중형선사업본부에서 만난 윤대규 HD현대중공업 상무도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선각 5공장에서는 산업용 로봇들이 쉴 새 없이 용접을 진행하면서 선박 제조에 필수 품목인 러그를 생산하거나 재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러그는 선박 블록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거나 이동할 때 블록과 인양 장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규격으로 제작되지만 조선소 생산 공정 전반에서 대량 사용되는 만큼 현장에서는 다품종 러그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가 필수다. 또 제작된 러그를 2~3회 가량 재사용하는 만큼 재생·관리 시스템도 필수다.
생산 효율도 향상됐다. 러그 자율제조 시스템을 도입한 뒤 러그 생산량은 기존 대비 87.5% 향상됐다. 자동화 설비가 반복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면서 생산 효율이 높아졌고, 다품종 러그를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른 편차도 줄어든 가운데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여 산업재해 가능성도 감소시키고 있다.
현장에서는 협동로봇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선각 2공장에서는 선박의 평블록 조립 과정에서 용접협동로봇이 활용되고 있었다. 기존에는 좁은 공간에서 반복적인 용접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작업자의 위험과 불편함이 크고 근골격계 질환 발생 가능성도 상존했다.
이를 기능장의 노하우를 담고 있는 협동로봇이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 한 대당 5~10년차 숙련 작업자 2명의 몫을 하고 있어 70% 가량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HD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향후 과제는 비정형 AI 기술의 개발이다. 윤대규 상무는 "현재는 정형 부재만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비정형은 설계와 제품에 따라 현장이 다르다"며 "배 안에 들어가는 부품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를 만드는 도크에서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포항제철소 2고로 내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을 활용해 풍구지관을 점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고로에 바람을 불어넣는 30개의 풍구의 외부 온도 및 가스 누출 등에 대한 점검이 필수다. 하지만 소수의 작업자가 고로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주기적인 점검이 어려웠다. 1100도가 넘는 열풍이 지나가는 만큼 작업자의 화상이나 가스 노출 등 위험이 상존하고 있었다.
이에 그동안 쌓여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개를 투입해 풍구지관 점검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이상 징후 탐지 기능을 통해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쌓인 데이터는 디지털 트윈 기반 설비를 바탕으로 모니터링 기능도 구현됐다.
철강이나 코크스가 투입되는 벨트 컨베이어의 롤러 점검, 철강 수작업에도 AI가 활용될 예정이다. 벨트 컨베이어의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을 감지한 뒤 로봇을 기반으로 한 교체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고온의 쇳물 주변에서 사람이 진행하던 작업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진행하도록 해 고위험 현장의 작업자 투입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개발된 기술들은 향후 유사 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용준 포스코 연구위원은 "핵심 설비 이상 진단 성능을 고도화한 뒤 로봇 실증을 확대할 것"이라며 "예지보전 패키지 등에 대한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 기술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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