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 “집권 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치적 수사로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집권 2기를 맞은 정부와 여당이 반드시 새겨야 할 국정 운영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직후에도 민주당의 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 경고”라고 평가했다.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하며 포용과 통합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승리의 기쁨에 취하거나 권력의 안정성에 안주하지 말고 집권 세력으로서 책임과 균형감각을 갖추라는 경고에 가깝다.
정치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선거 승리는 출발점일 뿐이다. 야당일 때는 비판과 견제가 우선일 수 있다. 그러나 집권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국민은 비판보다 해결책을, 주장보다 성과를 요구한다. 집권 세력의 가치는 무엇을 외쳤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결했느냐로 평가받는다.
이 대통령이 인용한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정치철학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베버는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각을 꼽았다. 신념만 있고 책임이 없으면 독선으로 흐르기 쉽고, 현실 감각 없는 이상주의는 선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상을 잃어버리면 정치는 단순한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락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이 대통령이 “전쟁을 통해 점령한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부분의 힘으로 승리해 전체를 대표하게 된 것이라면 포용과 개방은 필수”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 승리는 상대를 배제할 권리가 아니라 전체 국민을 대표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계파 갈등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내 경쟁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민주주의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과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경쟁의 방향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이 아니라 권력을 둘러싼 세력 경쟁으로 비칠 경우 국민의 신뢰는 빠르게 이탈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는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경고도 남겼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고, 국민들은 여당에 더 큰 책임과 성과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미완의 승리”라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여당은 야당과 다르다. 야당은 비판을 통해 존재 가치를 입증할 수 있지만 여당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야당의 언어가 공격이라면 여당의 언어는 책임이어야 한다. 야당의 무기가 비판이라면 여당의 무기는 성과여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민주당만을 향한 주문이 아니다. 모든 집권 세력이 되새겨야 할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권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국민이 권력을 맡긴 이유는 특정 진영의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하라는 데 있다.
집권 여당이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신념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집권 세력의 자세이며,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이사회 본부에서 열린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