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전쟁 종료를 위한 종전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한때 배럴당 166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단계적으로 하향 안정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면서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물류 역시 정상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중심 구조인 국내 주요 기업들도 전후 국제 정세 변화에 대비해 새로운 경영전략 수립에 착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종전을 위한 합의를 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던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2%가량 떨어진 배럴당 86.9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3월 양측 간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계에선 올 하반기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유가가 전쟁 전 수준인 6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려면 반년 이상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실제로 전 세계 주요 에너지 기관과 투자은행들은 국제 유가가 올 4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 유가 전망치를 브렌트유 90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3달러로 제시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4분기 두바이유 가격을 83달러로 예측했다.
이란의 공격으로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호르무즈 해협 내 원유 생산·수출 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전쟁 기간 멈췄던 유전·정제시설·수출 터미널을 재가동하고 선박 전쟁보험료와 위험 할증 운임, 항만 혼잡, 기존 계약 물량 등에 관련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달러당 1500원대 고환율이 지속되는 만큼 유가가 떨어져도 기업의 실제 부담 경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함께 나온다.
다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과 관련해 △전쟁 종료 △호르무즈 정상화 △90달러 이하 유가를 언급했던 만큼 지난 3개월 동안 국내 정유 업계에 4조원대 누적손실을 입힌 석유 최고가격제는 조만간 종료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동 항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한국 선박 24척을 포함해 약 2000척에 달하는 선박 운항이 재개될 전망이다. 우회 운항이나 대기 상태에 들어갔던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복귀하면서 최근 급등했던 운임과 전쟁위험보험료 부담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란의 해협 봉쇄로 인해 국내 해운사가 누적된 손해를 보상받을 길은 막막하다. 특히 지난달 4일 이란산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선체 파손으로 UAE 두바이항으로 예인돼 수리를 받고 있는 'HMM 나무호'는 전후 한국과 이란 간 외교 분쟁의 핵심으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최악에는 2017년 한진해운 파산 후 최근 간신히 복구한 부산~중동 간 컨테이너 노선이 안전 등을 이유로 다시 폐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가와 해상 물류가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공급망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물류 효율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코트라(KOTRA)가 중동 지역 13개 무역관을 통해 현지 물류 현황을 국내 기업들에 실시간으로 제공 중인데 이를 토대로 대체 항만과 우회 공급망 등의 원상복구 계획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전 후 유가와 환율이 기대만큼 빠르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며 "원유와 LNG 외에도 중요한 중동산 원자재가 많은 것을 확인한 만큼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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