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작은 창고에서 시작해 세계 6위 기업이 되었다. 2026년 6월 12일,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서 일론 머스크는 임직원 앞에서 연설을 했다. “엘 세군도(El Segundo)의 한 창고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역대 최고 기업공개를 하게 된다니 믿기 어렵다. (중략) 몇몇 우주비행사만이 아니라 달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 화성에 가고 싶은 사람 모두를 데려다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중략)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미래가 어제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믿는 것. (중략) 매 순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준 우리 임직원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스페이스X는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조7700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증시 6위 자리에 안착했다. 국내 1위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1조2300억 달러와 비교해 보아도 실로 어마어마한 시장가치다. 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1조1100억 달러로, 사상 첫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됐다. 스페이스X 상장은 시가총액 그 이상의 울림을 준다. 지금까지 스페이스X의 비즈니스가 망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스페이스X의 가능성을 진단해 보고, 일론 머스크는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나아가 전 세계 우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에 한국은 어떤 전략적 산업정책이 필요할지 논의해 볼 시점이다.
스페이스X가 보여준 가능성
전 세계적으로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스페이스X에 대한 의존도는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로켓 발사 횟수가 증가하고 있고, 2025년 총 324회의 로켓이 발사되었다. 이 중 스페이스X 로켓 발사는 170회로 52.5%에 달한다. 위성 배치도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2025년 4510대 중 70%인 3157대가 스타링크다. 향후 전 세계 우주 산업의 스페이스X 의존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 : 2026년은 스페이스X 상장일(6.12) 기준]
주 : 2026년은 스페이스X 상장일(6.12) 기준]
세계가 스페이스X에 의존하는 이유는 ‘발사 비용’ 때문이다. 한국도 우주 주권 확보를 위해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은 필수적이지만, 다양한 위성 발사를 위해 스페이스X가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의 독자 발사체인 누리호와 스페이스X의 팰컨9을 비교해 보자. 발사 비용이 약 9배에 달한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팰컨9은 대형 정지궤도나 수십 기의 군집위성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어 효율성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개인이 물건을 배송한다면, 최소 몇십만원이 들겠지만, 편의점 택배는 3600원으로도 가능하다.
| 발사체 발사 비용 비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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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한국경제산업연구원 |
일론 머스크 유니버스, 독자적 AI 밸류체인의 완성
일론 머스크의 모든 비즈니스는 AI를 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독자적인 AI 밸류체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일론 머스크도 AI를 자립화하는 모습이다. AI 밸류체인은 (1)인프라(전력인프라, 통신인프라, AI 인프라)→ (2)AI 모델→ (3)AI 서비스로 구성된다. 테슬라 메가팩과 솔라시티를 주축으로 태양광,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의 전력인프라와 건설 능력을 이미 갖추었다. 통신인프라는 세계를 압도하고 있다. AI 인프라의 핵심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인데, 테라팹은 반도체 양산과 자립화에 도전하고 있고 스페이스X는 우주데이터센터에 도전하고 있다. xAI는 자체 AI 모델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 SNS, AI 서비스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AI 밸류체인을 독자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전 세계 유일한 기업이다.
일론 머스크는 AI를 넘어서 피지컬AI 밸류체인을 확보하고 있다. 피지컬AI 밸류체인은 (1)인프라(전력인프라, 통신인프라, AI 인프라)→ (2)AI 모델→ (3)피지컬AI로 구성된다. 테슬라는 세계 자율주행 전기차 1위 기업이고, 옵티머스 라인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피지컬AI 시장 진출을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두산로보틱스 등과 적극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모습과 구분된다. 즉, 일론 머스크는 AI 및 피지컬AI 밸류체인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고, 젠슨 황은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스페이스X는 방위산업을 이끌 것이다. 세계적으로 국방비 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지경학적 분절화의 시대다. 스페이스X는 방위산업에서 위성 발사, 위성 통신 및 AI 서비스 등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활용하여 군사 위성을 다수 발사해 왔다. 2020년 7월 군사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 2023년 12월 발사한 군 정찰위성 1호기(EO/IR)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페이스X가 2026년 초 인수한 xAI가 영업손실을 보고 있어 시장의 우려를 받고 있으나, 인프라 투자와 AI 모델 개발을 통해 국방부 등에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지금의 한계점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전쟁 중에 2만 달러의 드론과 400만 달러의 미사일이 부딪치는 ‘비대칭 전쟁’을 보면서 세계 각국 국방부는 첨단무기화에 도전하고 있다.
우주 경제와 우주 경쟁 시대
스페이스X 상장으로 우주 경제가 본격화했다. 세계는 우주 경제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된다. 러시아, 중국 등의 적대국 진영의 국가들은 우주개발 예산을 더욱 투입해 나갈 것이다. 독자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국가들은 수송 능력을 고도화하고, 재사용 발사체 기술에 도전할 것이다.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은 스페이스X에 더 의존적으로 될 것이고, 스페이스X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더 누리게 될 것이다.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완전한 전환을 이루었다. 우주 산업은 그동안 정부 연구개발 중심의 제한된 영역이었다. 이제 민간 기업이 수익을 내고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는 시대로 탈바꿈되었다. 우주 산업의 밸류체인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그동안 우주 산업이 발사체 및 위성 제조에 머물렀다면, 저궤도 위성 통신이나 우주 데이터 활용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확장하는 우주 경제에서 한국 기업에도 무한한 기회가 있다. 발사체 수출 이력은 없지만, 반도체, ICT, 초정밀 제조 등의 밸류체인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 첫째, 지상 장비 및 안테나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 저궤도 위성 안테나 수요가 폭발하고 있고, 한국은 이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둘째, 우주 데이터 분석 서비스도 막대한 시장이다. 위성이 보내오는 영상·이미지·레이더 데이터를 가공 및 분석하여 농업, 물류 등의 최적화를 위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소재·부품 공급망에서도 큰 시장기회가 있다. 우주 방사선을 견디는 우주용 반도체, 특수 합금 소재, 고정밀 센서 모듈 등에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넷째, 위성 제조 및 발사 서비스를 일괄수주로 제공할 수 있다. 발사체 자력 발사 레퍼런스(Heritage)를 축적하여, 자체 발사 능력이 없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턴키 방식의 수출 기회를 영위할 수 있다.
무한한 우주만큼이나, 우주 경제에서의 기회도 무한하다. 먼저, 단기적으로도 기대되는 사업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위성 안테나, 우주용 반도체, 특수 합금 소재, 고정밀 센서 등의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도록 경주해야 한다. 한편, 중장기적으로 도전해야 할 과제도 있다. 돈이 되니까 하는 사업도 있지만, 돈이 안 돼도 해야만 하는 사업이 있다. 우주 주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로켓 발사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세계적인 인재를 영입하고, 우주공학 분야 연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스페이스X도 창고에서 시작한 작은 기업이었고, 지금의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 수많은 과거의 실패가 있었음을 잊지 말자.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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