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각) VnExpress, 라오동 등 현지 보도 등을 종합하면 베트남의 독신 인구는 2024년 말 기준 약 2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1억명 중 약 20%가 독신 인구인 것이다. 베트남인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99년 24.1세에서 2019년 25.2세로 올랐고 2024년에는 27.3세까지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균 초혼 연령이 30세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늦어진 결혼 시계, ‘준비된 뒤 결혼’으로 바뀐 베트남
하노이에 사는 30대 남성 B씨의 사례는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B씨는 중매 서비스가 소개한 30대 여성과 대화하고 데이트 사이트에 올린 자기소개 글에 답한 여성 7명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데 거의 2시간을 쓴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 5년 동안 데이트 플랫폼에 자기소개 글을 6차례 올렸고, 유료 결혼정보회사 서비스도 이용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독신 남성을 노린 사기 조직에 속아 돈을 잃은 일도 있었다. 그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사람과 동시에 연락하고 있지만 결혼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이 결혼을 미루는 배경에 현대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된 베트남 사회의 변화가 있다고 설명한다.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응오 티 프엉 란 교수는 경쟁 압박과 높은 생활비 때문에 청년들이 여러 책임을 동시에 떠안기 어려워졌다고 봤다. 그는 “결혼이 늦어지는 것은 젊은층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경제·사회 조건에 맞춰 스스로 적응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심리적 준비도 결혼을 늦추는 중요한 이유로 떠올랐다. 닌빈에 사는 20대 P씨는 경제적 기반과 마음의 준비가 모두 갖춰진 뒤 결혼하고 싶다고 밝혔다. P씨는 30세 전후를 결혼 시점으로 생각한다며 “아내가 되는 마음가짐뿐 아니라 부부 생활에서 생기는 문제를 다루는 태도와 엄마가 될 준비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리상담 전문가 응우옌 호앙 아인은 결혼을 늦추는 흐름이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젊은층이 이전 세대보다 학업, 직업 개발, 삶의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아졌고 결혼도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앙 아인은 “예전에는 결혼이 거의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정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결혼을 하나의 선택으로 본다”며 “나이가 찼기 때문에 결혼하기보다 정말 맞는 사람을 찾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돈 없으면 결혼 어렵다” 댓글 반응까지 갈라진 현실론
결혼을 미루는 현상을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현실적인 부담에 집중됐다. 한 독자는 안정적인 자산이나 경제력이 없다면 가정을 꾸리지 않는 편이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결혼 뒤 돈 문제와 자녀 양육 부담이 커지면 다툼과 스트레스가 생기고 양쪽 모두 힘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녀가 태어난 뒤에는 생활비 문제가 부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반대로 늦은 결혼이 반드시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담도 있었다. 한 독자는 36세에 결혼했고 두 사람 모두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같은 해 집을 마련하고 이듬해 첫 아이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경제적 조건만으로 결혼의 가능성을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댓글을 남겼다.
가족과 주변의 기대가 오히려 결혼을 어렵게 만든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독자는 자신의 형이 어린 연인을 만났을 때는 가족이 “너무 어리고 직업이 없다”고 반대했고 이후 이혼 경험이 있는 여성을 만났을 때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형이 혼자 지내게 됐고 이제는 가족이 중매를 서두르지만 정작 당사자는 결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베트남의 변화가 특정 국가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독자는 “늦게 가정을 꾸리는 일은 베트남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라고 적었다. 결혼 연령 상승을 개인 문제로만 보지 않고 사회 전반의 변화로 읽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결혼을 권유하는 말만으로는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고 본다. 싱가포르국립대 가족·인구연구센터의 웨이준 진 영 소장은 베트남의 결혼을 미루는 현상을 ‘압축적 현대화’의 결과로 설명했다. 경제와 사회 변화가 빠르게 진행됐지만 여성에게 돌봄 역할을 기대하는 전통적 기준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영 소장은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결혼은 선택지가 된다”며 “아내와 엄마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크다고 느낄수록 결혼은 더 신중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상승과 ‘완벽한 양육’에 대한 기준도 젊은층을 결혼하지 않으려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만 돈이 부족한 사람으로 나누고 있다고 짚었다.
해법은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결혼과 양육의 부담을 낮추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 소장은 주거 지원, 직업 기회의 평등, 유연근무 확대, 출산휴가 강화, 보육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란 교수도 완벽한 안정이 결혼의 전제조건처럼 굳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며 안정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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