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근의 증시 한 컷] 회생 신청 한 달 전까지도 '매수'…증권사 리포트는 왜 사라고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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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에도 투자의견은 '매수'였다.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와 유동성 우려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투자의견은 좀처럼 하향되지 않고 목표주가만 낮추는 관행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콘텐트리중앙에 대해 주요 증권사들은 불과 한 달 전까지도 일제히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22일 보고서에서 콘텐트리중앙의 1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SLL의 콘텐츠 제작 확대 등을 근거로 연간 영업이익 개선을 전망하며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1만3000원을 유지했다. 보고서에는 재무구조 악화가 주가 부담 요인이며 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투자의견 변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메리츠증권 역시 지난달 15일 “어려운 상황 속 고분분투하고 있다”며 콘텐트리중앙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목표주가는 기존 1만5000원에서 1만2500원으로 낮췄다. 대신증권도 같은 달 8일 목표주가를 1만3000원에서 1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JTBC가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이틀 뒤인 14일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중앙그룹 계열사들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상장사인 콘텐트리중앙은 곧바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콘텐트리중앙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만명이다.
 
증권사들이 회생 신청 가능성을 사전에 모두 예측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생 직전 기업에도 매수 의견이 유지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리포트의 신뢰도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매수 편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리포트 투자등급 가운데 ‘매수’ 의견 비중은 평균 88.5%였다. 반면 ‘매도’ 의견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매도 의견을 낸 곳은 미래에셋증권(0.6%)과 메리츠증권(0.5%)뿐이었으며,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간주되는 ‘중립(보유)’ 의견 비중도 평균 11.4%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국내 증권업계의 구조적 특성이 꼽힌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투자자들에게 기업 분석 정보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해당 증권사는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주관 등 기업금융(IB) 사업을 수행한다. 기업과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커버리지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반발도 애널리스트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올 초 삼천당제약은 자사 주장과 다른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고 2023년에는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던 애널리스트가 개인투자자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금융감독원도 리서치 관행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애널리스트가 외부 압력 없이 독립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감원이 2017년 설치한 '불합리한 리서치 관행 신고센터'에는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문제가 없어서라기보다 신고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리포트의 정보 가치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국내 상장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약 70만건을 분석한 결과, 2013년 이후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초과수익률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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