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프로농구(NBA) 결승 5차전에 뉴욕 닉스가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94대90으로 꺾고 4승 1패로 우승했다. 53년 만에 오른 NBA 정상이다. 1946년 NBA 출범과 동시에 창단한 닉스는 빅마켓인 뉴욕을 연고지로 둔 덕에 성적과 무관하게 비싼 중개료와 관람권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으나 우승 횟수는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마지막 결승 진출이 1999년이니 그야말로 반세기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셈이다.
이번 우승은 단순히 스타 선수 몇 명의 활약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과거 성적과 명성에 기대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자 닉스는 선수 평가 방식 자체를 다시 들여다봤다. 이름값과 과거 기록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과 과학적 통계를 기반으로 선수 선발과 운영 전략을 재설계하며 오랜 악순환을 끊어냈다. 마치 영화 <머니볼>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전통적인 스카우팅 대신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는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시장에서 저평가된 선수들을 발굴해 메이저리그의 상식을 뒤집었던 것처럼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변화가 지금 한국 금융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금융권은 신용점수를 선수의 평균 득점과 같은 지표로 활용해 왔다. 점수가 높으면 우량 차주, 낮으면 고위험 차주라는 단순한 분류가 금리와 한도를 결정했다. 하지만 현대 NBA에서 평균 20점을 넣는 두 선수가 있다고 해서 팀 기여도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한 선수는 낮은 성공률로 많은 슛을 던져 득점을 쌓을 수 있고, 다른 선수는 효율적인 공격과 수비를 통해 팀 승리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 NBA는 단순 득점이나 리바운드 같은 전통 지표만으로 선수를 평가하지 않는다. 득점 효율성과 수비 기여도, 팀 승리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하며 선수의 실제 가치를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같은 신용점수를 가진 사람이라도 실제 상환 능력과 현금흐름, 미래 부실 가능성은 크게 다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점수 자체가 아니라 그 점수 뒤에 숨겨진 맥락이다. 닉스가 데이터 기반의 선수 평가와 전략으로 53년 만에 우승을 이뤄냈듯이 AI 신용평가 기술은 같은 신용점수 안에서도 실제 상환 능력의 차이를 구분해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비슷한 기록을 가진 선수라도 경기 기여도가 다르듯이 같은 신용점수를 가진 차주라도 실제 위험도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랫동안 비어 있던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 공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담기 어렵지만 기존 2금융권에서는 고금리로 분류되던 중저신용자들이 AI 신용평가를 통해 보다 세분화되기 시작했고, 과거에는 일괄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던 차주들 가운데 상당수가 합리적인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은 온투금융사는 저축은행 자본과 온투금융의 AI 리스크 관리 기술을 결합해 1.5금융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평균 신용점수 700점대인 중저신용자에게 11% 수준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면서도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위험을 없앤 결과가 아니라 위험을 더 정교하게 측정한 결과다.
이는 단순히 금리를 몇 %포인트 낮춘 성공 사례가 아니다. 오랫동안 은행은 담기 어렵고, 그렇다고 고금리 금융을 이용하기에도 부담이 컸던 중저신용자들에게 새로운 금융 사다리를 놓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신용의 문턱을 낮춘 것이 아니라 신용을 더 정확하게 해석함으로써 자본이 보다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만드는 변화다.
뉴욕 닉스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닉스는 갑자기 더 뛰어난 선수를 얻은 것이 아니었다. 선수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꿨을 뿐이다. 이름값과 명성이 아니라 데이터가 보여주는 실제 가치를 믿기 시작했고, 그 변화가 반세기 동안 닿지 못했던 정상으로 이끌었다.
금융 역시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때 혁신이 시작된다. AI 신용평가 기술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유지돼 온 평가 체계를 넘어 중저신용자의 진짜 가치를 발견하기 시작했다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변화는 단순한 금융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금융의 새로운 '머니볼'이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