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임금 상승과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급된 대규모 성과급이 소비 증가 및 여타 업종의 임금 상승을 자극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향후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임금 상승과 소비 확대에 따른 수요 측 압력을 지목했다. 임금이 오르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는 동시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늘어나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은 최근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급된 대규모 성과급이 전반적인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정 업종의 높은 성과급이 소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임금 인상 기대를 자극할 경우 물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설명회를 열고 "임금 상승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방 압력이 지난 5월 경제전망 당시 예상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 호조에 따른 소득 개선이 향후 임금 협상 과정에서 전반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련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분석 결과 업계 상위 1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확대될 경우 소비자물가는 5개월 뒤 0.0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40~60% 수준의 평균적인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늘어날 경우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실제 올해 1분기 명목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 IT부문 성과급 기여도는 1.3%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2012~2025년 임금분포 기준 97% 분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내년 초 IT부문 상여금 기여도가 상위 1%를 웃도는 전례 없는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성과급 확대가 다른 산업의 임금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정 업종의 임금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경우 근로자들이 이를 준거임금으로 인식해 임금 인상 요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임금 상승 압력은 소비를 자극하고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경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주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최근 일부 IT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다른 산업의 임금 상승으로 확산될 경우 물가에도 추가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물가 흐름의 핵심은 특별급여 자체가 아니라 임금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확산이 본격화될 경우 수요와 공급 측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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