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선관위는 언제 알았나…합수본, 사전 인지·방치 의혹 추적

  • 27명 수사팀 가동…용역보고서·인쇄계획서·회의록 분석

  • 노태악 출국금지…투표록 확보·'보관상자 폐기'도 수사선상

지난 16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 조화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 조화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수사팀 구성을 마치고 가동에 들어갔다. 합수본은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언제 인지했고, 어떤 대응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보고와 의사결정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최근 27명 규모의 수사팀 구성을 완료하고,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과 경찰은 전산망 구축과 자료 이관 작업을 마무리한 뒤 확보한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수본은 지난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압수한 자료에는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와 용역보고서, 관련 회의록, 예산 집행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투표용지 수량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고, 누가 이를 결정했는지부터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다.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송파구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는 선거 당일 오전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와의 본격적인 공동 대응은 오후 5시 이후 이뤄졌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그보다 앞선 오후 4시께 이미 투표가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본은 당시 보고 체계와 대응 과정을 복원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관리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시작으로 선거 사무에 관여한 실무진 조사에 착수했으며, 확보한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보고 경로와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수사팀은 투표용지 인쇄량이 축소된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본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기존 유권자 수의 60%에서 50% 수준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해당 결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와 함께 예비용 무번호 투표용지 공급 과정에도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사전 인지'와 '방치 여부'를 꼽는다. 직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순 행정 착오를 넘어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를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수본은 선거 당일 최초 보고 시점과 후속 조치가 이뤄진 시점 사이에 발생한 공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압수물 분석과 실무진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대로 윗선 수사에도 나설 전망이다. 현재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입건된 중앙선관위 노태악 전 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수사팀은 실무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에 대한 소환 여부와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수사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합수본은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에 보관된 일부 투표록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상자가 폐기된 것과 관련해 제기된 증거인멸·직무유기 고발 사건도 넘겨받아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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