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과 스포츠 경기 관람을 위해 국경을 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특정 아티스트의 공연이나 국제 대회를 좇는 '목적형 관광'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결과다. 특히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축구 대회가 전 세계 팬들을 북미로 끌어들이며 항공·숙박 수요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스포츠 팬덤을 흡수하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관련 예약 데이터를 속속 공개하는 한편, 숙박·입장권 결합 상품을 출시하고 스포츠 스타를 홍보 전면에 내세우는 등 관광객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 일본은 '이동형 실속파', 한국은 '체류형 프리미엄'…극명히 갈린 패턴
18일 트립닷컴에 따르면 북미 16개 개최 도시의 예약률은 조별리그 기간 전년 동기 대비 70% 가량 증가했다. 토너먼트 라운드 기간 예약 역시 40% 늘었다.
국가별로는 일본 여행객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일본발 개최 도시 예약은 조별리그 기간 전년 대비 254.3% 폭증하며 조사 대상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독일(179.8%)과 영국(138.6%), 호주(98.6%)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여행객의 발길도 이어졌다. 한국발 예약은 조별리그 기간 41.8%, 토너먼트 라운드 기간 15.9% 각각 늘었다. 특히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멕시코 주요 도시에 수요가 쏠렸다. 한국인 항공 예약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몬테레이와 과달라하라는 호텔 예약 증가율이 각각 4089%, 1286%에 달했다.
국가별 여행 방식 차이도 확연했다. 일본 여행객은 여러 개최 도시를 부지런히 오가는 '이동형' 패턴을 띠었다. 조별리그 기간 다도시 예약 비중은 33%로 조사 대상국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10%가량은 미국과 멕시코 등 2개국 이상을 동시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시설 역시 3성급 호텔 비중이 61.3%를 차지했다. 동선을 넓히는 대신 체류비 부담은 최소화한 '실속형' 관람이다.
반면 한국 여행객은 한 도시에 거점을 두는 성향이 강했다. 조별리그 기간 단일 도시 예약 비중은 87.5%였으며, 토너먼트 라운드에는 98%까지 치솟았다. 5성급 호텔 숙박 비중도 타국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기 관람을 우선하되 이동을 최소화하고 휴식의 질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체류를 택한 셈이다.
관광업계는 이를 스포츠 관광 시장의 세분화 신호로 해석한다. 동일한 대회를 즐기더라도 관람 횟수를 늘리는 다방향 순회족과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에 집중하는 체류족 등으로 소비 패턴이 다변화했다는 분석이다.
◆ 숙박에 티켓 얹고, 맞춤 패키지 내놓고…달아오른 업계
시장 파이가 커지자 업계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에어비앤비는 개최 도시 내 프로모션 숙소를 예약한 고객 전원에게 경기 입장권을 무료 증정하는 파격 행사를 기획했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일정에 맞춰 프리미엄 좌석을 제공하며, 대회 기간 풀리는 티켓 물량만 1300장이 넘는다.
스포츠 이벤트가 단순 관람을 넘어 소비 전반을 견인하는 앵커(Anchor) 콘텐츠로 부상하면서, 국내 업계도 내수 팬 잡기에 나섰다. 곤지암리조트는 북미와의 시차를 고려해 오전 경기를 객실에서 끝까지 시청한 뒤 여유롭게 퇴실할 수 있는 '14시 레이트 체크아웃' 주중 패키지를 내놨다. 한국 대표팀 경기일에는 객실 조식 배달 서비스도 가동한다.
◆ "외국인 팬 모셔라"…스포츠 스타 앞세운 지자체
스포츠의 파급력이 막강해지자, 서울관광재단은 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과 미국 프로축구(MLS) 명문 구단 LAFC 소속 선수들이 출연한 홍보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축구 팬덤과 K-콘텐츠 수요를 한데 묶어 서울의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포석이다.
재단은 영상 공개와 맞물려 LAFC 홈경기 VIP 티켓, 손흥민 친필 사인 유니폼을 내건 글로벌 온라인 이벤트도 병행한다. 축구 축제로 달아오른 북미 팬덤을 서울 방문 수요로 직결시키겠다는 의지다.
홍종민 트립닷컴 한국 지사장은 "최근 여행객들은 뚜렷한 관심사와 목적을 중심으로 여행을 선택하는 성향이 짙어졌다"며 "스포츠 직관 역시 여행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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