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이슈|중동 전쟁 2라운드 ①] 종전안 발효 첫날부터 '불안'…전쟁은 멈췄지만 평화는 오지 않았다

  • 전장에서 협상장으로, 진짜 전쟁의 시작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중재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명이 담긴 종전 양해각서MOU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중재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명이 담긴 종전 양해각서(MOU)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쟁은 언제나 두 번 치러진다. 한 번은 전장에서 총과 미사일로 치러지고, 또 한 번은 협상장에서 외교와 정치로 치러진다. 역사를 돌아보면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어려웠다. 총성은 어느 날 멎을 수 있지만 증오와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진정한 승부는 휴전이 아니라 휴전 이후에 시작된다.

미국과 이란이 마침내 종전에 합의하면서 지난 3개월 반 동안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중동 전쟁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18일(현지시간)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되면서 미국은 해상 봉쇄를 해제했고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절차에 착수했다. 양국은 앞으로 60일 동안 후속 협상을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와 경제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 등 남은 핵심 현안들을 논의한 뒤 최종 종전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당초 미국과 이란 대표단은 19일 스위스에서 만나 MOU 서명식을 갖고 후속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란 측 대표단 파견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JD 밴스 미국 부통령 역시 스위스 방문을 연기하면서 협상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휴전은 성사됐지만 정작 평화를 만들기 위한 대화는 첫발도 떼지 못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의 불씨가 여전히 중동 곳곳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과 이란 간 휴전에 줄곧 반대해 온 이스라엘이 또다시 이날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시설을 공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MOU 제1조에 명시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영구적 종전'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란 역시 헤즈볼라와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해서 중동 전체가 곧바로 평화 체제로 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2단계 협상은 1단계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란 핵 개발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앞으로 남은 의제들은 휴전 자체보다 훨씬 복잡하다. 아울러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전쟁을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미국은 이란 핵 시설을 파괴하고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냈다고 평가한다. 반면 이란은 정권 붕괴를 막아냈고 미국이 결국 협상에 나섰다는 점에서 자신들이 버텨냈다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국내 정치적으로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더욱이 이번 협상은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운명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문제를 해결했다는 성과를 내세워야 하지만 동시에 이란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란 지도부 역시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경우 체제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협상장에서는 타협이 필요하지만 국내 정치 무대에서는 강경한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축적된 불신이다. 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차례 협상과 파기를 반복해 왔다. 이란은 미국이 언제든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고, 미국 역시 이란이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을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가 체결된 이후에도 결국 미국이 탈퇴하면서 합의는 사실상 무력화됐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해와 올해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 중이던 와중에 이란을 공습하며 신뢰를 깨뜨렸다. 이번 협상 역시 문서에 서명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약속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협상 지렛대는 오히려 이란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과 세계 경제 침체는 미국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 마련을 검토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합의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보여준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안정과 경기 둔화 방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MOU에 따르면 이란은 향후 60일 동안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60일간의 협상 기간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가운데 이 기간 중 미국이 주장한 대로 호르무즈 해협의 영구적 무료화 등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사실상 이란의 승리로 봐도 무방하다. 이란은 이미 협상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지금부터 시작되는 60일이 진정한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전쟁은 멈췄지만 평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세력의 갈등, 제재 해제와 재건 문제 등 중동을 둘러싼 모든 난제가 여전히 협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역사는 종종 전쟁보다 평화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휴전은 갈등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다. 이번 미국·이란 종전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 60일 동안의 협상 결과에 따라 중동은 새로운 안정 국면으로 진입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큰 충돌을 향한 휴식기에 머물 수도 있다.

중동 전쟁 2라운드는 더 이상 전장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이제 승부는 협상장과 외교 무대, 그리고 경제 영역에서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중동뿐 아니라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 나아가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총성이 멎은 지금이야말로 진짜 전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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