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승부처가 가격에서 제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맥주사(IV) 중심이던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피하주사(SC) 제형이 확산되며 국내 기업들도 관련 제품 개발과 기술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25일 시장조사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SC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2575억 달러(약 398조원)에서 올해 2863억 달러(약 442조원)로 성장한 데 이어 2031년에는 4989억 달러(약 77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C 제형이 주목받는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병원을 찾아 장시간 투약받아야 하는 IV 제형과 달리 SC 제형은 투약 시간이 짧고 자가 투여가 가능해 환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주사실 운영 부담을 낮출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실제로 환자들의 선호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슈의 티쎈트릭 SC 제형 IMscin002 연구 결과 응답자의 70.7%가 SC 투여 방식을 선호했다. 투약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정맥 카테터(혈액 투석을 위해 정맥에 삽입하는 플라스틱관) 삽입에 따른 불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부 보험사들도 자택 투여 시 정맥주사 비용의 90~95%를 보전하기 시작하면서 SC 제형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SC 제형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 램시마SC 상용화에 이어 허쥬마SC 제형 허가를 추진 중이다. 허쥬마는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의 바이오시밀러로 국내 트라스투주맙 시장에서는 로슈의 오리지널 허셉틴과 셀트리온의 IV 제형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가 경쟁 중이다.
허쥬마SC는 셀트리온의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을 적용한 첫 SC 제형 바이오시밀러다. 기존 IV 제형이 약 90분의 투여 시간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5분 이내 투약이 가능하다. 현재 트라스투주맙 SC 제형 바이오시밀러는 허가된 제품이 없는 만큼 허쥬마SC가 허가를 획득할 경우 선점 효과도 기대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내재화한 SC 제형 전환 기술을 바탕으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는 물론, 제형 변경 CDMO 성장동력까지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알테오젠도 SC 전환 플랫폼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ALT-B4는 알테오젠의 SC 제형 변경 플랫폼 핵심 물질이다. 회사는 2019년 체결한 하이브로자임 플랫폼 기반 ALT-B4를 사용한 SC 제형 전환의 첫 라이선스 계약 파트너가 사노피였다고 지난 18일 공개했다. 수년간 비공개로 유지해온 글로벌 기술수출 상대를 7년 만에 처음 공개한 것이다.
추가 상업화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사노피는 ALT-B4를 적용해 듀피젠트 고용량 SC 제형 개발을 위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자사 기술이 적용된 머크(MSD)의 키트루다SC가 상업화되며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했다. 키트루다SC는 지난 4월 미국에서 영구 J-code를 부여 받았다. J-code는 병원과 보험사가 주사제 비용을 청구할 때 사용하는 보험 코드로 처방 및 보험 청구 절차가 간소화돼 처방 접근성이 높아진다. 국내에서는 지난 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으며 올해 4분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키트루다SC 연동 마일스톤으로 올해 약 3000억원, 2027년 약 4000억원, 2028년 약 5000억원 규모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로열티와 마일스톤 기반 수익 구조에 향후 경상 로열티 중심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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