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혜의 C] 책 읽는 '즐거움'…학습만 하는 AI는 모른다

  • 서울국제도서전 인산인해

  • 18개국 538개사…416개 프로그램

  • '독서는 조용' 편견 깨고 책의 맛 만끽

  • 출판사 직원의 책 추천 '북마카세'

  • 손글씨 웨이트존 등 콘셉트 다양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인공지능(AI)이 글을 학습한다면 인간은 책을 즐긴다.

지난 25일 찾은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즐기는 인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독서는 조용하다'는 편견. 사람들은 출판사들이 선보인 참신하고 개성 넘치는 부스들 사이를 바삐 오가며 알록달록한 책들을 만지고 펼쳤다. 보고, 웃고, 이야기했다. 글을 학습할 줄만 아는 AI는 알 수 없는 책이 주는 다채로운 즐거움을 만끽했다. 책의 맛이다. 

이날 만난 한혜은씨(23)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서전을 찾았다. 그는 "작년에 너무 즐거웠어서 올해도 다시 찾았다"며 "책을 정말 좋아하고 많이 읽는데, 한곳에서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행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취향을 벗어난 새로운 책을 접할 수 있는 점도 너무 좋다"며 "즐겁다"고 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올해 도서전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Homo duduri)'. 한국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이자 대장장이의 옛 이름인 '두두리'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와 닮았다. 절름발이의 연약한 신 헤파이스토스는 무수한 망치질을 통해 아킬레우스의 강력한 방패와 헤르메스의 세련된 투구를 만들었다. 연약한 인간 역시 책을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경험하는 등 오랜 기간의 망치질을 통해 나름의 생각을 다듬어간다. '딸깍' 한 번에 정답을 주르륵 내놓는 AI는 알 수 없는 '삶'이다.

시인 이제니는 이번 도서전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인간다움'에 대해 말했다. 그는 "삶이란 보통 고요하고 우아하기보다는 지난한 노동과 고통스러움이 늘 깔려 있다는 점에서 대장장이와 비슷하다"며 "완벽함, 온전함, 위대한 재능보다는 연약한 뼈와 살을 가진 결함이 많고 취약한 존재, 그것이 인간다움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흔들리고 망설이면서도 또 한발 나아간다. 그게 삶"이라고 덧붙였다. 
 
AI는 모르는 책의 맛…'즐기는' 인간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행사장 밖에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행사장 안에는 책을 보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방문객들은 각 부스를 분주히 오갔다. 우리나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월드컵 경기가 진행 중인 이날 오전 사람들은 축구 대신 책 앞에 섰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올해 도서전에는 총 18개국 538개사(국내 361개사, 해외 177개사)가 참가했다. 전시, 북토크, 체험 행사 등 각종 프로그램만 416개에 달했다.

참가사들은 저마다 색다른 콘셉트의 부스로 독자들을 맞았다. 민음사는 캡슐토이존을 마련해 굿즈를 선보였고, 문학수첩은 팝업북 전시와 운명 뽑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김영사는 손글씨 웨이트존 필사체험을, 보림출판사는 앞치마를 두른 요리사 복장의 직원들이 책을 추천하는 북마카세를 운영했다. 안전가옥은 '책이 패션인 게 어때서' 등 문구를 내세운 감각적인 부스로 젊은 방문객들 발길을 붙잡았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밀리의서재 등 대형 서점은 부스를 꾸렸다. 예스24의 '리딩런 베이스캠프'에는 개막 첫날에만 1700여 명이 참여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도서전에서 만난 임채린씨(23)는 “천선란 작가의 사인을 받으려고 왔다”며 “널리 알려진 대형 출판사뿐 아니라 자그마한 출판사와 동네 서점까지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게 도서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방문객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역시 책이었다. 민음사 부스는 계산 줄과 관람객 동선이 뒤엉켜 직원들이 '결제줄' 안내 깃발을 들고 인파를 정리할 정도였다.

강원도 춘천에서 온 전윤주씨(26)는 처음 도서전을 찾았다. 그는 "저희 지역에서 아직 안 나온 책을 직접 보고 사고 싶어서 왔다"며 "책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아이 손을 잡고 찾은 가족 단위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와 함께 온 박하나씨(45)는 "요새는 책이 굉장히 다양해 제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골라주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도서전에서는 아이가 다양한 책을 직접 고를 수 있고, 여러 나라 책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전에서 줄 서는 것부터가 교육의 시작"이라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여기에 아이도 동참하고, 지루하고 힘든 것도 참아보고, 복잡한 곳에서 나름의 질서가 유지되는 것도 보는 이 모든 것이 소중한 문화 경험"이라고 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해외 책도…"한강 노벨상 수상, 대만에도 기회" 기대  
 
도서전에는 올해 주빈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대만 등 여러 나라들이 참여했다. 대만관은 '여기! 타이완 책 팔아요!'란 슬로건을 내걸고 소설, 그림책,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대만관을 운영하는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의 비오나 양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PM은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공감대도 커 대만 출판물 수출의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만 문학은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천쓰훙과 찬와이 작가가 국내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가운데 올해 <1938 타이완 여행기>로 부커상을 받은 양솽쯔도 최근 방한해 독자들과 만났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대만 정부 역시 번역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국 문학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비오나 양 PM은 "정부 차원에서 번역 지원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대만 문학을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면 출판사들이 지원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비오나 양 PM은 "양솽쯔 작가의 부커상 수상은 대만 출판계의 큰 성과"라며 "과거 일본 문학이, 최근엔 한국 문학이 서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대만도 그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한국 문학도 대만에서 인지도를 넓혀 가고 있다.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이 꾸준히 읽힌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대만 문학계에 큰 자극이 됐다. 비오나 양 PM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후 대만 문학계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대만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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