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VnExpress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6일(현지시간) 베트남 청년신문이 호찌민시에서 주최한 '녹색 전환: 가속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워크숍에서 호찌민시 자원환경경제연구원의 팜 비엣 투안 박사는 이 역설적 현실을 수치로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문제는 인식이 아니다. 전환 의사는 있지만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4년 만에 7배…빈패스트가 만들어낸 시장의 실체
베트남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수치로 먼저 말한다. 2022년 2만4038대였던 순수 전기차(BEV) 판매량은 2025년 17만5000대를 넘어서며 628%, 약 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솔린·디젤차 판매는 48만6217대에서 42만8943대로 12%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2022년 4.7%에서 2025년 약 30%로 급등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는 51만255대에서 60만4042대로 18% 성장했는데, 이 성장을 사실상 전기차 혼자 이끈 셈이다.
이 시장의 성장은 사실상 베트남 기업 빈패스트(VinFast)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에 가깝다. 순수 전기차 판매 통계는 빈패스트 판매량과 거의 동일하다. 빈그룹 생태계 안의 전기 택시·라이드헤일링 플랫폼 GSM이 전기차를 빠르게 흡수하며 대규모 법인 수요를 창출했다. 특히 30만~50만 동 이하 가격대의 소형 전기 SUV 라인업이 기존 내연기관 해치백과 세단의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
개인 소비자보다 앞서 움직인 것은 기업들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전기차 차량 호출 플랫폼 GSM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빈그룹 생태계 안에서 출발한 GSM은 빈패스트 차량만으로 운영하며 시장에 진입한 뒤 현재 총거래금액(GMV) 기준 시장 선두권에서 그랩과 경쟁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지난 4월 16일에는 베트남 택시 회사 라비택시(Lavi Taxi)가 빈패스트·GSM과 협약을 맺고 미니오 그린, 헤리오 그린, VF5, 리모 그린, EC밴 등 총 2000대의 차량 전체를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선언했다. 호찌민시·껀터·칸호아·다낭 등 4개 도시에 순차 배치하며 기존 화석연료 차량을 전면 대체하는 계획이다. V-그린의 충전 인프라와 전문 서비스 워크숍을 결합한 통합 운영 생태계 구축도 함께 추진된다.
전기차 전환을 둘러싼 누리꾼 반응은 기대와 신중론이 함께 나타났다. 실제 기사에 달린 댓글 반응을 살펴보면 "2년 전 전기차로 바꿨는데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한번 타보니 가솔린차로 돌아가기 싫다", "150km 귀성길도 문제없었다"는 실사용 경험이 소셜미디어(SNS) 상에 퍼지고 있다. 반면 법인 전환이 아직 닿지 않은 중장거리 이용자나 충전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 거주자들의 망설임은 여전히 크다.
일부 이용자는 충전소 부족 우려가 과장됐다고 봤다. 한 이용자는 "많은 사람이 충전소 부족 때문에 전기차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인프라가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쇼핑몰, 아파트, 주차장, 고속도로 등에서 충전 지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충전 인프라에 대한 반박성 의견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배터리 교환소가 곳곳에 있어 충전을 기다리지 않고 배터리를 바꿀 수 있다"며 충전 포트와 충전 지점도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충전소를 찾기 쉬워졌고 충전 비용도 낮아 일상 운행이 더 편해졌다고 평가했다.
호찌민 전면 전환에 필요한 돈 상상초월…전력망·법·인력 세 가지 벽
수치상의 성장과 달리 전환의 근본 조건은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팜 비엣 투안 박사는 호찌민시의 전체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필요한 전력 수요가 약 4만6000MW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한 전력망과 변전소 업그레이드에만 최소 70억 달러(약 10조7911억원), 충전소·차량·지원 정책까지 포함하면 총 10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법적 공백도 심각하다. 베트남에는 아직 전기차를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전기차법이 없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와 사용자 중 누가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전력 수급 압박도 전환의 현실적 변수다. EVN 측은 최근 베트남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고 폭염기에는 하루 전력 소비가 10억kWh를 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전력 부문은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저배출 전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해상풍력과 원전도 검토하고 있지만 전력망 현대화와 효율적 전력 사용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력 문제는 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준타이 응우옌딘토 부교수는 베트남의 녹색경제 비중이 현재 4~4.5%에 불과하며, 15~24세 청년 실업률이 9~10%, 비공식 노동인구 비중이 64.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인프라나 기술에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이를 운영할 숙련 인력이 없다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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