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의 Fin포인트] '500조' 퇴직연금 굴리는 시대…잠자는 내 돈 수익률 높이려면?

  • 상위 10% 수익률 19.5%…방치한 연금은 0%대 수익

  • DC·IRP 계좌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설정만 말고 점검해야"

사진챗GPT
[사진=챗GPT]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섰다. 이제 퇴직연금은 월급에서 빠져나가 회사 어딘가에 쌓여 있는 돈이 아니다. 노후 생활비를 좌우할 '제2의 월급통장'에 가까워졌다. 문제는 같은 퇴직연금이라도 누가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성적표가 크게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2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1% 늘었다. 연간 수익률도 6.47%로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겉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익률 상위 10%의 평균 수익률은 19.5%에 달했지만, 하위 10%는 0.5%에 그쳤다.

차이를 만든 것은 '방치 여부'였다. 상위 10%는 적립금의 84%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했다. 그 결과 적립금 증가분 가운데 운용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달했다. 반면 하위 10%는 적립금의 74%를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넣어뒀고, 증가분의 77%가 납입 원금이었다. 퇴직연금을 방치했는지, 직접 관리했는지에 따라 노후 자산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구조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작다. 반면 DC형과 IRP는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수익률을 높이려는 관심이 DC와 IRP로 몰리는 이유다. 실제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와 IRP의 비중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잔액은 2023년 9조원에서 2025년 48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IRP 적립금 역시 2023년 75조원에서 2025년 131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퇴직연금은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이상 운용하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투자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투자 선택지는 ETF다. DC형 가입자는 원리금보장형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실적배당형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는데, 국내 상장 ETF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주식형 ETF는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날 수 있는 만큼 은퇴 시점, 투자 기간, 리스크 수준 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직접 상품을 고르기 어렵다면 생애주기펀드(TDF)를 고려할 만하다. TDF는 예상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펀드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젊은 가입자는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2025년 TDF 그룹의 평균 연간 수익률은 13.7%로, 퇴직연금 전체 평균 수익률(6.5%)의 두 배를 웃돌았다.

운용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디폴트옵션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예금에만 묶어두는 것보다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중립투자형의 2025년 수익률은 10.8%를 기록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의 85.4%가 몰린 안정형 상품의 수익률은 2.6%에 그쳤다. 때문에 디폴트옵션을 설정했더라도 어떤 유형으로 설정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위한 계좌가 아닌 은퇴 이후 생활비를 준비하는 장기 자산인 만큼 수익률과 수수료, 투자 비중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수익률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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