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죽었다"…BBC가 진단한 KFA의 민낯

  • BBC "연고주의·불투명한 감독 선임이 위기의 뿌리"

  • 정부, 박지성·이영표 참여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한국 축구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영국 BBC가 이번 실패를 단순한 경기력 문제가 아닌 대한축구협회(KFA)의 구조적 병폐가 드러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과 연고주의, 장기 전략 부재가 누적되면서 결국 월드컵 참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BBC는 3일(현지시간)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월드컵 탈락 후 인천국제공항에 모인 팬들의 분노를 상세히 전했다.
 
팬들은 "홍명보 나가"를 외치며 귀국한 홍명보 전 감독을 향해 항의했고, 일부는 차량까지 따라가며 거센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BBC는 팬들의 분노가 홍 감독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홍 감독이 2024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될 당시부터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감독과 주요 보직이 능력보다 인맥에 의해 결정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홍 감독 선임 역시 같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표팀 출신 박주호 해설위원은 감독 선임 과정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감독 추천 관련해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절차 안에서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후보들이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BC는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도 협회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그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정부 감사 결과도 BBC가 주목한 대목이다. 감사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모두 공정성과 투명성이 부족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보고서는 권한이 없는 기술이사가 정몽규 회장의 지시에 따라 홍 감독을 면담했고, 감독 선임 역시 사실상 이사회 의결 이전에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월드컵 탈락 직후 축구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BBC는 이 대통령이 "지휘관을 선택할 때 능력보다 편애와 연고주의가 앞서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조직과 인사의 실패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BBC는 이번 사태를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시스템 부재가 드러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스포츠 평론가 최동호씨는 BBC에 "일본은 대표팀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았지만 한국은 4년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며 "대한축구협회는 장기 철학에 기반한 축구 정체성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한 BBC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 감독이 10명 넘게 교체된 반면 일본은 장기적인 철학 아래 꾸준히 대표팀을 운영해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고 비교했다. 결국 한국 축구는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조직적인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홍명보 전 감독이 입국하는 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찾은 팬들이 항의 현수막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명보 전 감독이 입국하는 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찾은 팬들이 항의 현수막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비판 속에 정부도 한국 축구 개혁에 본격 착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식을 연다고 밝혔다. 혁신위원회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이영표·박주호를 비롯한 축구인과 대한축구협회, 대한체육회,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 체육 전문가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월드컵을 계기로 불거진 축구 개혁 요구를 반영해 축구 거버넌스 개선과 유소년 육성 시스템, 첨단 기술 도입 등 한국 축구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현장에서 논의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대한민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설계하고 K-축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최휘영 장관도 "국민이 신뢰하는 축구인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비전이 현장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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