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파산의 갈림길에 섰다. 앞으로 14일 안에 운영자금 2000억원 조달에 실패하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주요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 부담을 두고 맞선 가운데 직원 1만2000여 명과 협력업체 생존도 갈림길에 놓였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3일 홈플러스에 대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 비용 절감 효과를 반영한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법원이 문제로 지적한 2000억원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법원은 “회생 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 운영자금이 최소 약 2000억원 필요한데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이 없으므로 회생 절차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나 채권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항고 기간 마지막 날인 17일은 공휴일이기 때문에 실제 마감일은 20일이 된다. 관건은 2000억원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메리츠는 MBK와 김병주 MBK 회장의 보증을 전제로 1000억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MBK는 메리츠가 2000억원을 대출하면 이 가운데 1000억원을 보증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양측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극적인 합의가 없으면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홈플러스가 자금 마련에 실패하면 폐지 결정이 확정되고 법원의 직권 또는 채권자 신청에 따라 파산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법원이 홈플러스에 파산을 선고하고 자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메리츠는 2024년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빌려주면서 자가 점포 62곳을 신탁담보로 확보했다.
파산 절차가 시작되면 신탁사가 담보 점포를 공매하는 방식으로 원리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 업황이 부진해 경쟁 유통사가 점포를 그대로 인수하기보다는 주거·물류·업무시설 등으로 용도를 바꿔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회생이 무산되면 충격은 홈플러스 직원 1만2000여 명과 입점 점주,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로 번질 것으로 관측된다.
항고 기간 안에 자금을 확보하면 법원이 폐지 결정을 다시 검토해 회생절차를 재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납품업체의 신뢰를 회복하고 매출 감소세를 되돌리는 과제가 남는다. 정부는 3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체불임금 대지급금과 저금리 생계비 융자, 협력업체 대상 44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책을 내놨다.
마트노조는 “정부는 모든 긴급 조치를 통해 홈플러스 회생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로 향하게 되면 수십만의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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