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위메이드, 흔들리는 K게임 방어선

안신혜 기자
안신혜 기자


위기 또 위기. 국내 규제와 글로벌 경쟁 격화 속에서 ‘한국 게임산업 위기론’은 반복돼 왔다. 그럼에도 K-게임은 제한된 자본과 인력 속에서 자생력을 키워왔다.

그러던 중 국내 게임업계에 묵직한 경고음이 울렸다. 그동안 반복돼 온 막연한 위기론과는 결이 다르다. K-게임이 지켜온 산업적 방어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위메이드 매각은 더 무겁게 읽힌다. 경고음의 실체는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주의 지분 전량 매각 소식이다. 거래 규모는 무려 9200억원대. 위메이드 주가의 4배 가까이 평가됐다. 

창업주의 지분 전량 매각을 두고 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보기 드문 창업주 엑시트라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더 큰 우려는 매각 상대인 네오펄스가 알리바바 측과 관계가 깊은 중국계 자본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위메이드는 국내 1세대 게임사로, ‘미르의 전설’ 지식재산권(IP)은 한국 온라인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온 상징적 자산이다. 박 의장이 보유한 지분 39.33%를 네오펄스에 넘기면 네오펄스는 위메이드 최대주주에 오르고 경영권도 이전된다. 


업계가 진짜 우려하는 건 그 다음이다. 지분 투자와 경영권 이전은 무게가 다르다. 이번 거래를 단순한 개인의 엑시트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K-게임은 오랜 기간 중국 게임산업 성장의 토대 역할을 했다. ‘미르의 전설2’ ‘던전앤파이터’ ‘배틀그라운드’ 등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흥행했고 그 과정에서 온라인게임 운영 방식과 과금 구조, IP 활용법, 개발 노하우도 중국 시장에 축적됐다.

지금은 다르다. 한한령으로 K-게임의 중국 진출이 막힌 사이 중국 게임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개발력, 자본력,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갖췄고 코로나19 이후 중국 게임 시장은 글로벌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 한국 게임을 들여오던 시장은 이제 한국 게임사를 사들일 수 있는 시장이 됐다. 이 변화 속에서 위메이드 경영권 이전은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니라 산업 구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동안 중국 자본은 국내 주요 게임사의 2대 주주나 주요 주주로 머물며 영향력을 넓혀 왔다. 텐센트는 넷마블, 크래프톤, 시프트업 등 주요 게임사 지분을 보유해 왔다. 하지만 이번 위메이드 사례는 다르게 읽힌다. 창업주 지분 전량 매각을 통해 경영권까지 넘어간 사례이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사 투자가 지분 참여에서 경영권 확보로 넘어가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더불어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게임은 한국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게임 수출액은 12조4000억원대(약 86억 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출에서 57.7%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출 기여도에 비해 게임 산업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충분히 다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질병코드 논란 등 주요 위기 때마다 업계에서는 게임의 산업적 가치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반복됐다.

이런 환경에서 그나마 산업의 버팀목이자 상징으로 남아 있어야 할 1세대 창업주마저 지분을 넘기고 떠나는 현실은 더 씁쓸하다. 위메이드 매각이 단순한 한 기업의 주인 교체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핵심 IP와 개발 노하우, 향후 사업 방향을 좌우할 경영권이 해외 자본의 전략 아래 놓이는 순간에도 이를 단순한 시장 거래로만 볼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의장의 선택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답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 매각은 한국 게임산업이 핵심 IP와 경영권을 어디까지 시장 논리에 맡길 것인지 묻고 있다. 정부와 업계 모두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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