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레버리지 ETF에서 본 공급망 사슬의 동조화

곽재원 논설위원장
[곽재원 논설위원장]
 


 
지난 16일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머리기사는 월가의 새로운 혼란 속에서 미국 칩 및 메모리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을 무겁게 전했다. 이 경고는 연일 서울과 도쿄 증시를 강타하며 테크 시장 전체를 흔드는 대폭락과 맥락을 같이 한다.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언론과 여론은 늘 눈에 보이는 명확한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다. 이번 조정 장세에서 지목된 대표적인 주범은 단연 금융공학이 낳은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레버리지 ETF다. 하지만 이 현상을 단순히 일부 고위험 금융 상품 때문에 시장이 망가졌다는 식의 얄팍한 책임 전가로 덮어버리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하는 일이다.

필자가 칼럼의 화두를 레버리지 ETF ‘때문에’가 아니라 레버리지 ETF ‘에서’ 본 공급망 사슬로 시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레버리지 ETF는 이번 폭락을 유도한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어차피 마주해야 했을 기술주 및 인공지능(AI) 밸류에이션의 대조정기라는 불가피한 시장의 흐름 속에서, 레버리지는 단지 그 조정 속도를 한 박자 빠르게 가속화하고 널리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을 뿐이다. 진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핵심은 그 아래에 굳건히 도사리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의 초(超)동조화 구조, 그리고 유독 이 충격을 더 취약하게 받아내는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적 한계다.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지난 상반기 동안 글로벌 증시를 지배했던 인공지능 혁명의 스토리는 지나치게 뜨거웠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하드웨어 공급망에 몰린 자금은 기업의 실제 이익 창출력보다 몇 걸음은 앞서 나간 상태였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퍼붓고 있는 천문학적인 설비투자 대비 실질적인 현금 회수 시점이 과연 언제인가에 대한 차가운 현실 검증은 금융 상품의 유무와 상관없이 어차피 도래할 수밖에 없었던 거시적 조정 과정이다.

다만 이 당연한 대조정의 계곡에서 레버리지 ETF는 하락의 경사도를 일시적으로 가파르게 만든 촉진제였다. 주가가 임계점 아래로 밀려나자 담보 가치 하락과 마진콜 압박을 이기지 못한 레버리지 상품들과 프로그램 매매가 기계적으로 기초자산을 청산하며 낙폭을 키웠을 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분석가들이 레버리지 ETF와 마진 계좌에서의 유동성 회수가 조정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한 것은 금융적 전파 경로를 설명한 것일 뿐, 레버리지 자체가 이 하락을 지어냈다는 뜻이 아니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밸류에이션의 과열이고, 레버리지는 이를 시장에 더 빨리 도달하게 만든 전령에 불과하다.

여기서 우리가 진짜 깊게 이해해야 할 대목은 물리적 사슬과 유동성의 동조화다.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는 미국 설계에서 대만 위탁생산, 한국 메모리 공급, 일본 장비 및 소재로 정교하게 엮여 있다. 미국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 전망은 즉각 대만과 일본, 한국의 관련 수주 감소 우려로 전이된다. 이 물리적 사슬 위를 흐르는 금융 자본의 동조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이 동조화의 충격을 가장 맨몸으로 거칠게 받아냈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반도체 지수를 몇 배나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미국 증시의 자연스러운 미끄러짐이 한국 투자자들의 대규모 평가손실과 담보 부족을 낳고, 이것이 다시 국내 증시에서의 반대매매와 동반 패닉 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결국 레버리지 탓을 하기 전에 글로벌 벨트에 완전히 종속된 우리의 포트폴리오 구조와 거시경제적 취약성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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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이 차가운 대조정의 시기는 한국의 경제 정책당국자들에게 단순한 상품 규제를 넘어선 체질 개선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 여론의 화살이 레버리지 ETF라는 금융 상품 자체로 향할 때 정책당국이 저지르기 가장 쉬운 실수는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식의 단편적 규제다. 이는 본질을 외면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당국은 글로벌 자본 이탈 시 외환 및 거시경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 테크주의 기술적 청산 과정에서 기계적으로 빠져나가는 외화 유출이 원·달러 환율 급등을 부르고, 이것이 다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을 자극하는 다중 악순환을 막는 거시건전성 정비가 훨씬 근본적이다. 동시에 국내 증시의 체질 강화와 변동성 완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이 기침할 때마다 한국 증시가 독감에 걸리는 이유는 시장의 체력이 얕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내 우량 기업들이 글로벌 매크로 유동성의 일시적 썰물에도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본질 가치 지지선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실히 다져주어야 한다.

투자자들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금융 공학의 도구를 대하는 성숙한 태도를 배워야 한다. 레버리지를 투기가 아닌 속도 조절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이 확실한 방향성을 잡았을 때 일시적으로 기회비용을 줄이는 고난도 도구일 뿐, 장기적인 가치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하락장에서 뼈아프게 작용하는 변동성 누적 감쇄 효과를 명확히 인지하고 극도로 절제된 자금 관리를 실천해야 한다. 또한 포트폴리오의 연결성을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분산해서 들고 있으니 안전하다는 것은 허상이다. 이들은 물리적 공급망과 글로벌 유동성 체인이라는 단 하나의 끈으로 묶인 공동 운명체다. 업황과 매크로 유동성의 상관관계가 낮은 비동조화 자산군을 반드시 일정 비율 섞어야만, 레버리지가 시장을 뒤흔드는 조정 국면에서도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

레버리지 ETF가 시장을 망쳤다는 일각의 목소리는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지금의 조정은 가야 할 길을 가는 것뿐이며, 레버리지는 단지 그 도착 시간을 조금 앞당겼을 따름이다. 소란스러운 유동성의 소음을 걷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이익과, 그 이익을 지탱하는 글로벌 공급망 속 독점적 지위다. 시장의 단기적인 광풍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공급망 사슬의 본질적인 구도를 냉정하게 읽어내며 대조정기 이후의 진짜 강자를 골라내는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광주과기원 AI정책전략대학원 특임 교수, 가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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