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은 전국적으로 하지만 청약자는 서울로 간다. 더 이상 수도권이라는 이름만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매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올 상반기 전국 1순위 청약자는 28만3619명. 그중 서울 청약자는 12만8137명으로 전체에서 45.2%를 차지했다. 공급 물량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공급은 4%도 안 됐는데 청약자는 절반 가까이 매달린 것이다. 서울 평균 1순위 경쟁률은 63.56대 1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정반대였다. 일반공급 물량은 서울보다 7배 이상 많았지만 청약자는 2만9335명에 불과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평균 경쟁률이 1.88대 1로 집계됐다. 선방했다는 인천도 4436가구 모집에 3만5978명이 몰려 8.11대 1을 기록했지만 서울과 격차가 컸다.
청약시장이 보여주는 지표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살고 싶은 집을 사기 위해 기다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격이 오를 것 같고, 팔고 싶을 때 팔고, 아이를 키우거나 출퇴근하기 용이한 집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청약시장은 공급 부족만 말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말한다. 서울에는 물량이 부족하고, 경기 외곽과 지방에는 수요가 부족하다. 정부가 전국 단위 공급 숫자를 키워도 청약통장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다.
과거에는 ‘수도권’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보증수표였다. 서울이 아니어도 경기 주요 지역이면 수요가 붙었다. 광역교통망, 신도시, 택지개발이라는 이름이 미래 가치를 대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공사비 상승과 고분양가, 대출 규제, 금리 부담이 겹치면서 청약자는 훨씬 계산적으로 변했다. 당첨 가능성보다 자금 조달 가능성을 먼저 본다. 입주 후 가격이 버틸 수 있는지도 따진다.
청약 쏠림은 면적에서도 반복된다. 올해 상반기 전국 신규 아파트 일반공급 1순위 청약에서 전용 84㎡에 10만8558명이 신청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에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린 것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여전히 가족이 살 수 있는 중형 면적이다. 다만 그 면적도 서울이나 핵심 입지일 때 힘을 갖는다.
여기서 공급정책의 딜레마가 나온다. 서울에 공급하려면 재건축·재개발을 풀어야 하지만 정비사업은 느리다. 공사비가 오르고, 조합원 분담금이 늘고, 이주비와 사업비 조달도 쉽지 않다. 인허가를 통과해도 착공까지 가는 길이 길다. 서울 공급은 필요하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다.
반대로 서울 밖에서 공급을 늘리는 길은 상대적으로 빠를 수 있다. 택지지구를 지정하고, 신도시를 만들고, 공공택지를 앞세우면 숫자는 크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 교통, 학교, 병원, 상권이 따라오지 공급은 청약시장에서 힘을 잃는다. 지방은 이미 청약 미달과 미분양 부담을 동시에 겪고 있다.
청약자는 합리적으로 움직인다. 높은 분양가를 감당해야 한다면 적어도 가격 방어가 되는 곳을 택하려 한다. 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탈락하고,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는 더 안전한 서울로 간다. 결과적으로 청약은 주거 사다리보다는 자산 방어 수단에 가까워진다.
정부가 공급을 말할 때 놓치기 쉬운 지점이 여기에 있다. 공급 총량도 중요하지만 총량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 청약자가 외면하는 공급은 미분양이 되고, 미분양은 건설사와 금융권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서울 공급이 부족하면 청약 경쟁률은 뛰고, 신축 희소성은 더 커진다. 청약시장에서 지역 간 양극화가 반복되는 것이다.
3기 신도시와 사전청약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미래 공급을 앞당겨 보여주려 했지만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길어지면 기다림은 비용이 된다. 추정 분양가와 확정 분양가가 벌어지면 당첨자는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다. 공급 신호가 실수요자에게 희망이 되려면 일정과 가격이 함께 관리돼야 한다.
이번에도 청약시장은 공급정책에 묻고 있다. 숫자를 채우기 위한 공급인가, 사람들이 원하는 공급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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