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MONEY] "반지하 버티면 신축이 온다"…치솟는 집값에 '몸테크' 뛰어든 청년들

  • 서울 아파트 거래 1.4% 줄 때 연립·다세대는 45.8% 급증

  • 20·30대, 대출문턱 높아지자 정비사업 지역에서 '내집 마련'

  • 입주권부터 권리분석까지…몸테크 성공 좌우할 체크포인트

사진챗GPT
[사진=챗GPT]


결혼을 앞둔 31세 A씨. 올해 3월 서울 서대문구 재개발 구역의 반지하 빌라를 매입했다. 보증금 1억7000만원을 내고 살던 기존 집(신축 빌라) 전셋값이 1년 만에 2억원으로 뛰면서 내린 결정이다. 이대로 가다간 전세만 전전하다 내 집 마련은 물건너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A씨가 선택한 곳은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조합원 승계가 가능한 재개발 구역. 향후 약 7억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서울에서 이 정도 비용으로 신축 아파트를 마련할 기회는 많지 않다고 봤다. 다만 재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최소 2년은 반지하 빌라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게 막막했다. A씨는 자신의 집을 "폐가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집을 처음 보러 간 날에는 바퀴벌레가 집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했다. 그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장판과 도배는 물론 싱크대와 변기까지 모두 새로 시공했다. 그렇지만 A씨는 만족한다. "2년 뒤엔 신축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 정도 고생 쯤이야…" 
 

'몸테크'에 나선 청년들

서울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대출 규제로 매수 문턱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몸테크'에 나서는 20·30 세대가 늘고 있다. '몸테크'는 몸과 재테크를 합친 말로,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에 따른 미래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낡은 빌라나 아파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것을 말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가 16억원 가량에 이르면서 청년층이 아파트를 곧바로 매입하기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노후 빌라나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는 3만4932건으로 전년 동기(3만5419건) 대비 1.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매매는 1만9273건으로 45.8% 급증했다. 특히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연립·다세대주택 거래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광진구는 전년 동기 대비 95.7% 늘었고, 송파구와 영등포구는 각각 82.4%, 82.2% 증가했다. 최근에는 서울시 행정지원으로 사업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노원구의 상계뉴타운과 강서구의 방화뉴타운 등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대상지가 '몸테크'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투자 첫걸음은 '사업단계 확인'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주택을 매입할 때는 따져봐야 할 게 많다. 가장 먼저 사업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비사업은 일반적으로 △'정비구역 지정' △토지 및 건물 소유자가 조합을 구성하는 '조합설립' △사업 계획이 승인되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분양 및 권리 배분이 확정되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기존 주민 이주 후 철거가 진행되는 '이주 및 철거' △공사 후 신규 아파트 입주하는 '착공 및 입주' 단계로 진행된다.

여기서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는 단계를 따져봐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전, 재개발 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전 주택을 매입하면 조합원 지위를 넘겨받을 수 있다. 해당 시점 이후에 주택을 살 경우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가 이후에도 조합원 자격을 승계받을 수 있는 예외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소규모 재개발 사업은 투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설립인가 이후 주택이나 토지를 매입하면 원칙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가 후 2년이 지나도록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고, 매도인이 해당 부동산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경우라면 승계가 허용될 수 있다. 다만,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전 단계는 사업 지연이나 공사비 상승, 추가 분담금 증가 등 변수에 따라 입주까지 10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비 사업이 초창기에 있을 경우 진행 속도가 상당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자금을 묻어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립, 다세대 주택을 매매하더라도 규제를 잘 확인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 분담금 얼마인지도 꼼꼼 체크
재건축 단지는 사업 단계뿐 아니라 사업성 자체를 따져봐야 한다. 기존 용적률이 낮고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일수록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하기 유리하지만, 전용 60㎡ 이하의 소형 위주로 구성돼 조합원별 대지지분이 작으면 예상보다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할 수 있다.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도 변수다. 고령의 실거주자가 많거나 추가 분담금과 이주 부담에 대한 반발이 크면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인근 공인중개업소 등을 통해 단지 내부 분위기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사업초기 단계에 있는 정비 사업지들은 개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때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특정 이벤트나 인허가 지연 같은 변곡점이 발생하면 수요자가 없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요가 탄탄한 곳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주민 동의율을 잘 봐야 한다"며 "동의서를 걷고 있는 상황인데 신속통합기획 지역으로 선정됐다는 등의 이야기만 듣고 매수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매는 권리분석부터 시작해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경매도 틈새 시장이다. 경매는 권리 해석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을 떠안거나 가등기·가처분·유치권 등 권리가 남아 있으면 실제 취득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5억원에 낙찰받은 주택이라도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1억5000만원을 인수해야 한다면 실제 취득원가는 6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부등본, 현황조사서를 함께 확인하고 임차인의 대항력까지 따져야 한다. 

현장 확인과 자금 계획도 필수다. 교통과 학군, 생활 인프라, 주변 개발계획뿐 아니라 건물 상태와 점유 현황까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입찰가는 주변 시세와 수리비, 명도 비용, 세금 등을 모두 반영해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낙찰대금 납부 기한은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된 뒤 통상 4주 안에 납부해야 하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는 경매라고 하더라도 시세보다 크게 저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가격이 너무 낮게 낙찰될 경우 명도 부분 등 권리 해석이 어떻게 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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