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의 주장은 오늘날 홍콩이 보여주고 있는 현실의 경쟁력과 홍콩의 과거 발전과정을 충분히 직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홍콩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 도시는 애초부터 중국과 분리돼 존재한 적이 없었다. 1950~70년대에는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기업가와 노동력이 제조업의 기반을 만들었고, 개혁개방 이후에는 홍콩 자본이 광둥성에 투자하며 중국 경제 성장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홍콩의 번영은 언제나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후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오늘날 홍콩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로치 교수는 홍콩 IPO 시장의 회복을 중국 기업 덕분이라고 폄하한다. 과거 홍콩 IPO 시장이 세계 1~2위를 다투던 2000년대에도 중국 본토 기업의 상장이 줄을 이었었다. 실제 이 시기에 공상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차이나라이프,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들이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홍콩이 세계 IPO 1위에 올랐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 AI 기업 Z.ai,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 등이 홍콩에서 상장하면서 홍콩은 IPO 세계 1위자리에 복귀했다. 이들 기업은 뉴욕이나 런던, 싱가포르가 아닌 홍콩에서의 상장을 선택했다. 중국의 기업과 글로벌 자본을 잇는 홍콩의 독보적인 입지가 빛을 발했다. 향후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해 갈수록, 글로벌 자본들이 중국 기업에 관심을 가질수록, 홍콩의 입지는 더욱 강해진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홍콩내 정치적 자유의 축소는 분명 논쟁의 대상이지만, 그것이 곧 금융 기능의 약화나 도시 경쟁력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19년의 장기 시위로 훼손됐던 정치적·사회적 안정성이 회복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의 서울은 과거의 서울이 아니며, 현재의 베이징은 과거의 베이징이 아니듯, '과거의 홍콩'이 사라졌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홍콩이 쇠퇴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발전의 증거들이 포착되고 있다. 과거의 홍콩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홍콩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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