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내년 전 국민에게 1인당 1만 대만달러(약 44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자 그 과실을 국민과 나누겠다는 취지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전날 총통부에서 행정원의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라이 총통은 AI와 고성능컴퓨팅(HPC),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인한 경제 성장의 혜택을 ‘AI 보너스’를 통해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설명했다.
대만 경제가 이처럼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AI 산업의 호황이 있다. 대만 통계 당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05%로 전망했다. 이는 1987년 이후 3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라이 총통은 경제성장률 등 평균적인 수치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평균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국민과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가정을 살피고, 경제성장의 혜택이 보다 폭넓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급 시점은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대만 정부 관계자는 입법원이 올해 말 이전에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을 통과시키면 내년 2월 춘제(설) 이전에 1만 대만달러를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현금 지급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만 제1야당 국민당 소속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은 집권 민진당이 지난해 국민당과 제2야당 민중당의 1만 대만달러 지급 제안을 위헌이라고 비판했던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책을 갑자기 바꾼 이유에 대해 라이 총통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는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확보하고, 2028년 차기 대선에서 라이 총통의 재선 도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현금 지급을 지렛대로 역대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입법원에서 통과시키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 정부가 추진하는 내년도 국방예산은 1조1225억 대만달러(약 49조7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편 대만이 국민에게 현금이나 소비쿠폰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0년대 후반 3,600 대만달러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했고,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3,000 대만달러와 5,000 대만달러 상당의 소비쿠폰을 나눠줬다. 2023년에는 경기 부양을 위해 6,000 대만달러를, 2025년에는 미국의 상호관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1만 대만달러를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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