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역방향 확장의 파급력은 최근 극장가를 장악한 영화 '오디세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개봉 3주 차 주말(21~23일)에만 132만118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700만명을 넘었고, 4주 차 예매율도 71.3%를 기록 중이다.
이 흥행은 원작 도서 매출로 이어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 7월 호메로스의 원작 '오디세이아'를 비롯한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00% 늘었고, 8월 둘째 주 예스24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원작이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이 원작 소설 구매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세계관과 배경으로까지 번진다는 사실이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는 영화 개봉 이후 '오디세이' 검색량이 3.3배 늘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더 넓은 검색어의 조회량도 3.6배 뛰었다.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접한 이야기를 원작 한 권으로 끝내지 않고, 그 이야기가 딛고 선 신화 전체로까지 관심을 넓힌 셈이다.
스크린셀러 현상은 세계관이 크고 복잡한 SF 장르에서 특히 강하게 작동해 왔다. 2024년 상반기를 휩쓴 '듄: 파트2' 개봉 당시, 2001년 국내 번역본이 출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듄 신장판 전집 세트'는 개봉 첫 주 판매량이 전주 대비 5.5배 이상 뛰며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었다. 같은 시기 넷플릭스로 영상화된 류츠신의 소설 '삼체' 역시 드라마 공개 직후 판매량이 8.7배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개봉한 앤디 위어 원작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예스24 기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31.7% 늘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방대한 설정을 짧은 러닝타임에 다 담지 못한 자리를 관객들이 원작을 찾아 채우는 그림이 반복되고 있다.
이 특수는 개봉 시점보다 앞서 제작 발표 단계에서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미키17'의 원작 소설 '미키7'(에드워드 애슈턴)은 2022년 국내 출간 당시부터 '봉준호 신작 원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 3만부 넘게 팔렸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시리즈 '동조자' 역시 퓰리처상 수상작인 비엣 타인 응우옌의 원작이 방영 전부터 서점 매대 전면에 다시 배치됐다.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박민규 작가의 원작이 양장 특별판으로 새롭게 출간되며 영상화 소식이 출판사의 재출간 결정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로 꼽힌다.
이제 영상화는 원작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스크린이 연 IP 확장의 역주행이 극장과 OTT를 넘어 출판계까지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상과 활자의 유기적인 연계가 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이야기의 이면을 텍스트로 확인하려는 역주행 흐름은 일시적 현상을 넘어 대중의 확고한 소비 문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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