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한국 산업 생태계 전반에 침투 중이다. 엔비디아가 이끄는 슈퍼사이클 수혜는 충분히 누리되 기존 경쟁력 강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I 칩 사업 급성장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건 반도체 분야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과 시가총액 측면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배경이 된 메모리 슈퍼사이클도 엔비디아발 AI 데이터센터(DC) 확산으로 촉발됐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얹는 기판 사업도 훈풍이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국내 주요 인쇄회로기판(PCB) 기업 실적과 시총이 최근 1년 새 급등한 가운데 반도체를 직접 감싸는 차세대 기판 FC-BGA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과거 이차전지 소재였던 동박 역시 엔비디아의 약진으로 반도체 소재로서 역할을 더 강화하고 있다. ㈜두산 전자BG 사업부는 PCB 기초 소재인 동박적층판(CCL) 국내 생산 1위 능력을 토대로 그룹의 두 번째 전성기를 견인하고 있다.
PCB 대체재인 유리기판 분야에서도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SKC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자회사 앱솔릭스에 4000억원을 지원하며 유리기판 상업화에 착수했고,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사운을 걸고 유리기판 조기 상용화에 나섰다.
냉각과 전력망 분야도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독일 플랙트그룹을 앞세워 공조(HVAC) 사업 국내외 고객 확보에 나섰고, LG전자는 칠러부터 냉각수분배장치(CDU), 콜드 플레이트 등을 하나로 묶는 액체냉각 체계를 토대로 대규모 수주전에 착수했다.
전력 인프라도 예외는 아니다. 효성중공업 등 초고압 변압기 업체와 LS전선·LS일렉트릭 등 전선·배전 업체들은 미국 등 해외 AI DC 수주를 쓸어 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운턴(불황) 우려와 함께 지나친 엔비디아 의존은 협상력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대체 공급망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국내 한 반도체 기업은 엔비디아와 파트너십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사 설계·설계 공정 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엔비디아 폐쇄망을 통해서만 주고받고 있어 기술 종속 및 협상력 저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반도체 등 한국 주요 산업의 호황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한국 기업의 독립적 행보는 잘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로봇(피지컬 AI) 등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협력 구도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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