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90분 장편 AI영화 증명하고 싶어"…'스틸레이'가 던진 기술·저작권 과제

AI 제작 영화 스틸레이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AI 제작 영화 '스틸레이'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10억 원 미만의 제작비, 6개월의 제작 기간. 100%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90분 분량의 장편 상업 영화가 극장 스크린에 걸린다.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제작 패러다임을 제시할 100% 풀타임 AI 프로덕션 영화가 관객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스틸레이'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설우인 감독을 비롯해 함슬기 아이노스튜디오 대표, 조흥규 라온컴퍼니플러스 대표, 그리고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과 강태경 팀리더, 오세은 팀리더, 원경혜 조연출 등이 참석했다.

영화 '스틸레이'는 자율 판단 로봇 '에이라(AIRA)'가 인간을 위협 요소로 판단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액션물이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던 주인공 '윤강'이 자신이 만든 AI '아라'와 함께 아버지가 남긴 전투 수트 '스틸레이'를 입고 인류 최악의 바이러스 '코드 제로'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AI로 제작한 '풀타임 AI 프로덕션' 영화다. 제작비는 10억 원 미만으로, 이 중 AI 생성 툴 비용으로 약 5억 원에서 6억 원이 소요됐다. 제작 기간 역시 단 6개월에 불과하다. 90분의 러닝타임을 완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과물만 1만 3천 개에 달하며, 내러티브 유지를 위해 수만 컷의 영상을 이어 붙이는 치열한 편집 과정을 거쳤다.

앞서 공개된 '중간계', '아이엠포포' 등 기존 AI 영화들과 '스틸레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긴 러닝타임과 '100% AI 구현'에 있다.

함슬기 대표는 "기존 작품들이 러닝타임이 더 짧거나 일부 CG를 섞어 활용했다면, 우리는 화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CG로 대체하지 않고 전부 AI로만 끌고 갔다"며 "한국에서 이런 테크 히어로 장르가 장편으로 만들어진 사례가 없었기에, 90분 동안 AI만으로 장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제작 목적을 분명히 했다.
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대형 스크린에서 관람하기에 화질이 다소 떨어지거나 컷마다 퀄리티가 들쭉날쭉한 구간이 존재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함 대표는 "올해 초 제작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AI 퀄리티가 지금처럼 좋아질 줄 몰랐다. 90% 정도 만들고 나니 더 좋은 퀄리티의 툴이 나와서 구간마다 차이가 생겼다"며 "세상 밖에 나오지 않으면 사례가 남지 않고 산업 발전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온전히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관객과 만나 시장에 사례를 남기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사 영화와 비교해 가장 큰 난제로 꼽히는 대사 싱크(입모양)와 캐릭터의 일관성 유지 과정도 공개됐다. 설우인 감독은 "한국말과 입모양이 비슷한 단어로 프롬프터를 제작했다. 주인공의 목소리는 배우와 성우를 모시고 후시녹음(ADR)을 진행해 입모양을 맞췄고, 일부는 AI 보이스를 활용해 자연스러움을 살렸다"고 밝혔다.

캐릭터 외형에 대해서는 "요즘 트렌드를 분석해 대중이 선호하는 아이돌의 외형 등을 구체적인 프롬프터로 작성해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다만 초상권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규제나 제도가 마련된 것이 없기 때문에 창작자 스스로 보수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결과물에 대해 어떤 자료를 썼는지 창작자가 명확히 설명해야 하며, 하루빨리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 배우로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강태경 팀리더는 "만드는 신에 야금야금 제 얼굴도 넣어봤다"며 "배우로서 느낀 점은 AI가 결코 배우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훌륭한 창작의 도구로 쓰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는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AI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과 과제를 짚어내기도 했다.

하 부위원장은 참석 계기에 대해 "휴식 중에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다. K-콘텐츠가 우리의 강점인 만큼, 생성형 AI의 영상 기술 발전이 창작자들을 어떻게 바꿀지 직접 확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AI 툴 시장을 언급하며 "국내 원천 기술 투자는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혁신적 AI 모델 쪽에 집중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영상 데이터와 GPU가 대량으로 필요한 콘텐츠 AI 분야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 뒤처진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정부의 지원 방향성에 대해 "첫째는 창작자들에게 자체적인 AI 도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을 찾는 것, 둘째는 많은 창작자가 비용 부담 없이 쉽게 AI 창작 영역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과 표기 문제 등 산업이 당면한 숙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하 부위원장은 "AI 창작 생태계가 커지면 저작권 이슈가 가장 먼저 대두될 것이다. 기존 저작권자와 AI 창작자가 부가가치를 나누며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를 기금 형태든 데이터 구매 방식이든 빠르게 매치해야 한다"고 짚었다. AI 생성물 표기(워터마크) 의무화에 관해서도 "품질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어떤 방식으로 표시할 것인지 문체부를 중심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표준화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이 기존 창작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하 부위원장은 "TV가 나왔다고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았듯, 향유하는 콘텐츠의 종류가 달라질 뿐 인공지능이 콘텐츠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10~20%라도 시간을 줄여주거나 위험한 촬영을 덜 위험하게 해주는 등 AI의 몫이 분명히 있다. 창작자들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기존 생태계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스틸레이'는 10월 극장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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