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여야 공방 끝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등 소관 기관 업무 보고를 진행했다.
인공지능(AI)과 플랫폼, 정보보호 등 현안 질의가 이어졌지만 회의 초반부터 이 의원의 이해충돌 문제를 둘러싼 설전과 정회가 반복되면서 과학기술 현안이 또다시 정쟁에 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과방위는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과기정통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우주항공청(우주청) 등 소관 기관의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그러나 오전부터 이 의원의 이해충돌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여야 의원 사이에서는 '스컹크', '미꾸라지' 등 거친 표현도 오갔다. 과방위는 결국 이 의원에게 본인 관련 안건의 발언·표결 회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표걸 직전 퇴장했다.
정치적 공방 끝에 이어진 오후 업무보고에서는 플랫폼과 AI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정부 답변이 이어졌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 운영체계를 실질 감독할 법적 근거가 취약한 상황"이라며 "플랫폼에 투명성 보고서나 조사 자료 제출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부족하다"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향후 입법적 보안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과몰입·중독, 사회 양극화 문제도 제기됐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AI와 일자리 감소 사이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며 "기존 일자리 감소 우려와 함께 AI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함께 봐야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 역시 AI 산업 진흥 뿐 아니라 국민 신뢰와 안전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국회의 입법적 뒷받침을 요청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제재 실효성도 도마에 올랐다. 류 차관은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티빙이 사고 인지 후 법정 신고 기한인 24시간을 넘긴 사실이 확인됐고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티빙 사고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와 제재가 별도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 국책 연구기관의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서는 민간 기업과 비교해 책임을 묻는 수준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 1차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도 파행이 반복되면서 방송·통신과 과학기술 분야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방송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과학기술과 AI 현안 논의까지 가로막는 현행 상임위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상임 서울대 명예교수(전 과기정통부 장관)는 "장관 재임 당시에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의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대부분 방송 현안을 둘러싼 갈등에 묻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AI를 비롯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충분히 논의되려면 방송통신과 과학기술 분야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향후 있을 국정감사는 정부가 국민 세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국민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중요한 절차"라며 "그 시간을 소모적인 갈등으로 보내면 국정감사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고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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